저 학생식당 단골 됐나 봐요?!
마흔여덟 살 박사과정생 이야기(3)
소논문의 '이론적 배경'을 완성하고 나니 그렇게도 마음이 홀가분하고 좋더니...
이제는 별거 아닐 것 같았던 '연구방법'을 쓰느라 또다시 낑낑대는 중이다.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거였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연구방법은 자전적 내러티브,
연구참여자는 나,
분석방법 및 절차만 기술하면 되는데...
쉬울 거 같았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또 못 쓰겠다. 퓨~~
도서관에 와서 '내러티브 탐구'관련 책을 2권 빌렸다.
아예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부랴부랴 문 닫기 전 학생식당에 갔다.
학생식당은 평일 기준 18:30분에 문을 닫는다.
그걸 모르고 지난번에 주말에 한번, 평일에 한번 허탕을,
한 번은 거의 문 닫고 정리할 시간 즈음에 가서 영업종료시간을 묻자
'조금 늦게 퇴근하면 된다'면서 얼른 내가 먹고 싶어 했던 베트남 쌀국수를 말아주셨다.
그때의 그 고마움과 감사함이란!!!
그 뒤로도 최근에 두어 번을 혼자서 더 갔다.
이 감사함이 아니어도, 나는 이미 '스파이시 베트남쌀국수'가 학생식당에서 나의 최애 메뉴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소논문 쓰느라 혼자서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잦다 보니
더 자주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받거나, 뭔가 정신적으로 압박이 있을 때 이상하게 매운맛이 당긴다.
예전에는 엽떡을 주로 먹었는데... 박사과정에 진학한 뒤론, 이 스파이시 쌀국수를 먹는다. ㅎㅎ
혼자서 호로록 냠냠 먹고 있는데
식당 사장님? 이모님? 여사님? 께서 내게 다가와 예쁘게 담긴 김밥을 내밀어 주신다.
엊그제는 야심 차게 새우링까지 시켜 먹었지만,
먹자마자 도서관에 앉아있다 보니 과식이 안 좋은 거 같아서 가볍게 먹자고 오늘은 쌀국수만 시켰는데...
그 예쁘고 고우신 미소와 마음씀에
안 먹을 수가 없다.
먹다가 배부르면 남겨도 되니 편하게 먹으라고 하신다.
'앗!! 이럴 수가!! 나 단골되었봐?!!ㅎㅎㅎ'
주변을 둘러보아 나처럼 면을 먹는 학생이 있으면 나눠주려고 했는데...
다들 햄버거나 돈가스, 비빔밥 등을 먹고 있는 걸로 보아, 왠지 거절당할 것 같다.
그냥 포기하고 3분의 1을 먹는다.
남은 김밥은 일회용 비닐을 얻어 포장했다.
이 시간에는 떡볶이, 만두, 튀김, 김밥 등이 종종 남는다고 하신다.
어차피 버려야 하니 아깝다고 하시며 내 안색을 살피신다.
내가 좋다고 하면, 남은 음식을 다 싸주실 기세다.
집에 있는 삼 남매 생각하면 냉큼 받아 가고 싶지만...
오늘도 도서관에서 자정을 넘길 예정이라 조신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아, 학생들이여!!!
밖에 나가서 사 먹지 말고, 학생식당으로 Go Go~~
저녁에 문 닫기 전 30분부터는 (재료 소진 전까지) 메뉴 1+1 해주시면 좋을 텐데...!!!
이모님들께 제안을 해볼까나????ㅎㅎㅎ
자, 이제 닥치고 논문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