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출입을 거부합니다!
마흔여덟 살 박사과정생 이야기(2)
박사과정 4학기가 되니 제일 중요한 것이
이제 슬슬 학위논문에 어플라이 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나는 영어시험은 이미 패스를 했고,
종합시험은 내년 3월에 응시할 계획이고,
이번학기의 목표는 소논문의 학술지 게재이다.
여름방학부터 낑낑대던 소논문 작성 때문에
요즘 한창 도서관에 자주 온다.
소논문에 들어갈 이론적 배경 작성을 위해 관련논문이나 도서 등을 보아야 하는데
국내 논문들은 쉽게 pdf로 저장하거나 출력해서 보면 된다.
그런데 오래된 논문이나 해외논문, 타대학 학위논문들은 다운로드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경우에는 상호대차서비스나 원문 출력서비스 등을 신청하면 학교 도서관에서 무료로 해준다.
영어를 잘 못하니 웬만하면 영어 논문을 안 보고 싶었지만...ㅠㅠ
그 논문을 꼭 인용하고 싶기에 어쩔 수 없이 해외논문 출력서비스를 요청하여 몇 개를 살펴보았다.
도서관 웹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바로 다음날 도서관에서 인쇄물을 찾아가라는 문자가 온다.
그런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굉장한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온다.
또 한편으론 내가 내는 등록금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히 무료로 해줘야지!'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오늘은 며칠간 밀린 책을 반납하려고 낮부터 작정하고 학교에 왔다.
밤에 무인반납기를 이용하려고 할 때마다 건물문이 잠겨 있어서 번번이 반납을 못했던 터였다.
건물 출입문과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는 중간출입문 사이에 있는 '무인도서반납기'에 2권의 책을 넣었다.
한 번에 한 권씩 책을 넣으면 자동으로 바코드를 인식하고,
'반납완료'되었다는 문자까지 실시간으로 온다.
정말 편리하고 좋은 기계와 시스템이다!!! 물론 '무인도서대출기'도 있다!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혁신이고, 편리함의 극치다!
책 반납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 닫기 전 학생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왔다.
그런데 아무리 모바일 학생증을 태그 해도 입장이 안 되는 것이었다!!!!
설마, 설마 하면서,
1층 경비실 입구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경비아저씨의 말씀, '혹시 연체료 같은 게 미납되어도 입장이 안됩니다!!!'
오 마이 갓~~~!!!
내가 2일간 연체하여 발생한 연체료 때문인 것이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결제하냐고 여쭈니, 게이트 옆 벽면에 붙여진 포스터를 보라고 하신다.
포스터를 보니 도서관 어플에서 연체료 현황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안내가 되어 있었다.
도서관 어플에 접속하여 '연체료 현황'을 클릭하고 연체금 200원 '바로 납부'를 눌렀다.
친절하게도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방법 중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신용카드를 선택하여 200원을 결제했다.
그리고는 바로 도서관 입장이 '허락' 되었다!!!
정말 정말 합리적이고 정확하고 좋은 이 시스템에 감격했다!
덕분에 '내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박사과정생 이야기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쓰리라!'
'오늘부터 당장 실행하리라!!' 결심하며 이 이야기를 적게 되었다.
매일 과제하랴, 논문 쓰랴, 일 하랴, 운동하랴, 엄마 노릇하랴, 뭐 하랴 뭐 하랴!!!
바쁘고 바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면 다 추억이 될 오늘을!!!
나의 박사가 되어가는 발자취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박사학위를 따고 난 후보다
지금의 이 시기가, 박사가 되어가는 이 하루하루의 과정이
더욱 소중하고, 값지고, 빛나는 순간일지도 모르지 않은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