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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Hailey Mar 09. 2022

배우면서 드는 조급한 마음 버리기

나의 번역 공부는 진행 중

나는 요즘 번역 공부를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하는 직장인의 공부. 낮에는 본업으로 치과기공사 일을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쉬는 틈틈이 번역 공부를 한다. 캐나다 대학에서 하는 평생교육원 개념으로 4학기 과정을 완료하면 수료증(Certificate)을 받는 과정이다. 이제 3학기 중반을 막 지났다.




과정은 이렇다. 매주 화요일에 한 주 동안 공부할 자료와 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일방적인 영상 강의는 없다. 공부의 방향성은 주어지지만 혼자 해야 하는 온라인 공부이기에 스스로 공부에 참고할 자료를 찾는다. 번역 공부에서는 특히 비슷한 종류의 다른 글을 참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번역 과제를 하기 전에 이런저런 자료를 많이 찾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찾은 참고 자료를 금요일 자정까지 링크를 첨부해서 올린다. 다음 날인 토요일에는 본격적인 과제로 보통 3-4 문단의 영어로 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자정까지 선생님께 이메일로 보낸다. 그다음 주에 내 번역문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매주 평가된 과제점수와 학기말에 보는 파이널 시험 점수를 합산해서 해당 학기 통과 여부가 가려진다.


그런데 요즘 슬럼프가 왔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해서 연말에 끝난 1, 2학기 과정은 생각보다 할만했다. 하지만 3학기에 접어드니 확 올라간 난이도가 느껴졌다. 지난 두 학기 때는 큰 노력을 기울지 않아도 한 주 한 주 따라가기만 하면 매주 과제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는데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이번 학기에 들어서 내가 제출했던 과제가 처음으로 선생님의 첨삭으로 빼곡해져서 다시 받았을 때는 너무 부끄러웠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같은 뜻이라도 고쳐주신 선생님의 문장은 매우 매끄러운데 왜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번역에 재능이 없는 건가. 내가 손을 대면 안 되는 분야인가. 어디 가서 번역 공부를 한다고 해도 될까. 이렇게 한국어 문장을 못 만드는데 난 한국사람이 맞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이번 학기에 탈락해서 다음 학기를 못 듣는 건 아닐까.




'과제의 목적은 번역 훈련이지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수업 과정의 일부로만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남은 과제도 힘내서 해주세요.'


지난주에 과제를 제출하고 며칠 전에 받은 첨삭 본에 첨부된 선생님의 말이었다. 이번에도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고는 역시나 많이 깎인 점수에 실망하면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발견한 글이다. 고칠 점 투성이인 내 과제를 수고스럽게 첨삭하실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동안 제출하면서도 죄송스러웠다. 내가 쓴 문장들이 또다시 빼곡하게 고쳐져서 돌아올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제출은 해야 되니까, 따라주지 않는 실력에 자책하면서 꾸역꾸역 했던 과제였다. 하지만 저 글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 생각했음을 느꼈다. 아, 나 지금 배우는 중이었지. 프로 번역가가 아닌데 고쳐진 문장 없이 깨끗하게 과제를 받으려고 한 게 오만했다. 빨리 번역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공부하는 단계에 있는 지금은 아직 실력을 다져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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