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낯설어지는 이 공간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또다시 한참의 고민을 하다가 지나버린 시간을 뒤로, 그저 누군가를 붙잡고 울어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아니 솔직하게는 지금 지나는 버스에 뛰어들어도, 혹은 어느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그 어느 것에도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았던 그 마음으로, 9월의 마지막 날,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 글을 써봅니다.
가던 걸음을 멈추어 지금 글을 쓰는 이유라 하면 저 멀리 어딘가에서 내 행복을 바라고 있을 그 누군가, 또 저 멀리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그 누군가, 내게 바로 앞의 글을 쓰게 했던 그 누군가, 아마도 그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또 죄스러운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어봅니다.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을 수많은 당신들에게, 또 어쩌면 갑작스러운 선택을 마음먹었을 당신들에게,
이 글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힘든 한 걸음을 디뎌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일터에 앉았을 당신에게, 사람을 만나는 순간순간이 두려워지고 있을 당신에게, 수많은 사람 속에서 철저히 혼자라고 느끼고 있을 당신에게, 그저 하루하루가 가시밭길 같을 당신에게,
이미 너무 지쳐버린 당신에게,
감히 용기 내어, 하고 싶은 말을 해봅니다.
Giuseppe Danieli, 1865~1931, Figura,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사실 주세페 다니엘리의 그림 속 인물보다 더 단호해 보이고 더 지쳐 보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한번 더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당신의 걸음을 막아,
당신이 더 불행해질까, 혹여나 더 힘들어질까 봐요. 하지만 한번, 단 한번, 누군가가 불러 세우면 돌아볼, 누군가 불러주길 바라는 듯한 그림 속 인물처럼, 나는 당신의 걸음을, 당신의 그 생각을, 멈추려 합니다. 당신이 그 슬픈 선택을 포기하고
다시 한번 내디뎌 보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적어봅니다.
늘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나만 생각해라고 말하려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당신만 생각하지 마요.
오늘은, 당신께 그리고 나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너무도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고.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당신을 사랑하는 그 사람이 울지 않기를 바라고 있겠죠?
당신을 지치게 한 그 시간들을 지나 지금 이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있을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발 단 한 번만 당신만 생각하지 마요. 당신을 위해 신께 기도할 누군가를 생각해 줘요. 당신의 삶이, 사소페라토의 그림 속 마리아처럼
당신을 위해 간절하고 절실하게 기도했던 그 누군가의 기도 덕분임을 생각해 줘요. 당신의 모든 순간에, 그 기도가 닿아있음을 기억해 줘요.
Giovanni Battista Salvi da Sassoferrato (1609 – 1685), Madonna in prayer (c. 1640-1650), 캔버스에 유채, 47.8 x 38.7 cm,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앞으로의 날들이 더 좋을 거라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멋질 거라고 그렇게 믿고 하루만 버텨줘요.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행복을 기원할 그 누군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