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와 청계천부터 명동까지 걷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음악을 들으면서 밤거리를 걷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Audio: Grayson Glimour/ Silence & Youth)
https://soundcloud.com/flyingnunrecords/silence-youth
음악에 베이스가 증폭되며 몽환적 똘끼가 돌때즘 저만치 사람처럼 보지만 다리가 네 개인 형체가 불규칙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고가도로가 뜯겨 날아가고 빌딩숲에 개울이 만들어지더니 이제는 이 평화로운 서식지에 동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나보다.
거리가 줄어들자 이 자아를 잃어가는 동물이 조금씩 본능에 더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카메라, 360도 터닝을 하면서 반경 300m안을 쑥 흩는다.
수퍼 줌인, 클로즈업 샷들.
가로수에 대고 갈린 음식물을 입으로 쏘는 사람,
거리 한복판에서 비명을 지르며 독백연기를 하는 사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평소에는 안하던 행인과의 눈싸움을 하는 사람.
금요일 7:30pm,
이런 술취한 청계천의 모습은 한국 어느 번화가를 가도 쉽게 볼수 있다.
술 소비량에 있어서 러시아 근방 동유럽 부근의 나라들을 꺽고 1위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소비되는 소주량은 엄청 나다.
한국에서 이 1700원짜리 에코 그린병이 온갖 잡다한 방식으로 뚜껑이 따지고 매일 방방곡곡 누군가에 의해 소비되는 개수는 이영자, 손흥민, BTS 인기의 합에 당신이 이루지 못하는 꿈의 가짓수를 곱한 것의 개수보다 휠씬 더 많다.
술은 우리의 뇌세포를 파괴시켜 인지, 반응 능력을 떨어뜨린다.
왜 우리는 우리 몸에 독을 넣는 것을 멈추지 않는가. (Audio; 위스키안에 얼음, 딸깍)
마리화나, 코카인, 헤로인 등등의 마약이 철저히 통제되는 한국에서는 이 값싼 술이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방구라고 정리하기엔 표피적 부분만을 얘기하는 것이므로 좀 더 심오한 철학적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클로즈업 of 안경, 정면 Dally out 위스키 잔을 들어 천천히 음미>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헛헛하게 하는가?
사람들은 일상에서 항상 재미를 찾는다.
이 “재미”라는 것은
슈퍼카로 올림픽대로를 160km로 달리면서 여자한테 오럴섹스를 받고 청담동 클럽에 줄 안서고 들어가는 사람에겐 화요일 낮 1시 시골 마을회관에서 할아버지랑 바둑을 두며 옥수수를 먹는 것이 재미이고
언제고 가격을 깍으려는 장사꾼들의 숫자놀이에 넌덜머리가 나는 가구도매상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금붕어들이 어항을 아무 생각없이 왔다갔다 하는 걸 그저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것이 재미이고
공부의 스트레스와 엄마의 잔소리로 찌든 고딩에겐 남친 오토바이를 타고 위조신분증으로 클럽에 들어가서 대학생인척 놀다가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자는 것이 재미이고
평일 9 to 5 출근,퇴근,버스,집을 반복하며 지루함에 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직장남은 맥주, 소주, 양주, 소주를 반복하면서 마시고 노래방에서 랩을 하는것이 지루함을 잠시 잊게 만드는 재미이다.
곧 행위를 했을 때 쾌락을 느끼는 것,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그 무엇, 영혼을 만족시키는 “재미”있는 그 것들을 우리는 재미라고 부르며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만의 재미를 찾아 걸어간다.
이 삶의 재미라는 것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각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부분 또는 전체를 상쇄하여 해소시키기도 하고 때에 따라(드문) 경우 상쇄를 하고도 남는 잉여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이 글을 구글 번역기로 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을수 있는 사람들이 태어난 이 땅에는 잉여 재미보다도 불행, 힘듬, 스트레스를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내 생각엔 역시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시는 그 이유들 중 부분적으론 역사에서 온 상처, 한, 슬픔에서 온다고 본다.
오랜 역사를 거쳐 외세의 온갖 침략을 받아오며 한동안은 다른 나라의 속국으로 치욕을 겪은 후 자의가 아닌 덩치 큰 나라들에 이리저리 치인 전쟁으로 나라가 도마 위 고등어처럼 반쪽이 났고 쥐어터진 입술에 이제 겨우 숟가락을 스스로 가져갈수 있을만큼 먹고 사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리면서 영혼을 뒤흔드는 고통을 겪은 나라. 한국.
그 아픔의 냄새는 아무리 씻어내도 남아있다.
기쁜일이 있어도 울고, 힘든거 말하면서 울고, 엄마 생각하면서 울고, 어려운일 생기면 또 울고,
그 놈의 “한”이라는 슬픈 정서가 우리 피에 박혀 없어지질 않는거다.
당장 닥친 상황을 자신의 능력, 체력, 정신력으로 도저히 감당해 낼수가 없다라고 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외부적 요소를 최대한 이용해 돌파구를 찾게 되는데 그 다양한 것 들중에는 창작, 일, 음악, 운동, 사랑, 기호식품, 등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각기 다른 방식대로 그것들을 맘껏 자연스럽게 즐기고 발산해서 다시 힐링되는 환경만 만들어지면 그 힘듬은 어느정도 치료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 부자연스런 요소가 개입을 하면서 사람들의 자연치유를 방해 한다는데 있다.
여기서 그 두 번째 이유가 핀조명을 받으며 등장한다, 교육.
자신이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자라질 못했다는 거다.
다른 사람한테 욕 먹지 않아야 하니까, 뭐든 두루뭉실, 좋은게 좋은 것, 적당히, 중간만, 모르면 가만히, 무난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인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으면 자신이 뭘 진짜 좋아하는지 솔직한 자신의 철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매일 지하철 러시아워에 고생하고 몇십년 집 대출금 갚아가며 매주 방구석에 앉아 유튜브를 보면서 평생 그렇게 살아간다.
이렇게 다양성이 거세된 사회는 정치집단,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부들 한테는 상당히 만만한 것이 된다.
무난한 사람들이 문제 많이 안 일으키고 그렇게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 주니까.
그런데 이 다양성의 부재가 사회 전체적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재미”의 부재를 가져온다는 거다.
사람은 원래 다 다르게 태어나서 먹고 입고 듣고 보고 싶은 것들이 다 다른데 사회 전체적으로 비슷한 것, 욕먹지 않을정도의 것들만 존재하고 다르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시건방지고 이상한 것이라고 교육을 하니 이 다양한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고
답답하니 마시는 거다.
그 중에서도 주말마다 맛집을 찾아 친구와 힘든거 얘기하며 술마시기는 자연스럽게 단연 한국사람들의 간편하고 싼 방식의 정신과상담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우울 해소 방법이 되었다.
풍선이 있다.
공기로 가득 찬 빵빵한 풍선이 아닌 공기가 적당히 들어있다.
풍선의 아랫부분을 손으로 쥐면 윗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위쪽을 쥐면 공기는 아래로 이동한다.
부풀어 오르는게 보기 싫어 쥐어짜도 풍선이 터지지 않는 한 공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욕구라는 것.
아무리 우아한척 양반인 척해도 다들 밥먹고 섹스도 하고 할 건 다 해야 한단 얘기.
겉으로 고상한 걸로 따지면 우리의 성생활도 국립중앙도서관 책정리 된 것처럼 단정해야만 하는데 실상은 가장 저질이고 온갖 불법적인 방법들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이 나라.
To be continued.... " 니가 성매매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