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호스트가 되기를 희망하는 당신에게
요즘 핫한 쇼호스트라는 직업과 쇼호스트 되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에이~! 뭐 이제 모바일로 쇼핑하는 세상인데 TV 쇼호스트가 뭐가 핫하냐고요? 어쩌다 이 글을 보게 된 분은 관심 없을 수 있지만, 쇼호스트 공채가 있을 때마다 지원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하거나, 1000명을 넘기는 경우가 많으니 많은 사람에게 매력 있는 직업인 것은 분명합니다.
마침, 어느 회사에서 쇼호스트 공채를 한다고 하니 인터넷을 돌며 도움될 만한 정보를 찾는 분들도 많겠네요. 쇼호스트가 되는 비법을 단박에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쓸 몇 편의 글을 통해 힌트를 얻고, 알맞게 준비할 수는 있을 겁니다. 오늘의 '쇼호스트 되기'는 쇼호스트를 제대로 알자입니다.
쇼호스트가 되기 전, 지상파 3사를 돌아다니며 아나운서 시험을 치를 때마다 3차 면접쯤 가게 되면 듣게 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나운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왜 아나운서를 하고 싶어요?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아나운서는 누구예요?
딱히 물을 말이 없어서 하는 질문 일 수도 있겠지만, 지원자의 자세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들입니다. 오랜 기간 해야 하는 일을 위해 시험을 보면서 아나운서의 정의, 역할, 자세에 대해서 준비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듯, 쇼호스트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꼭 정리해 놓아야 할 것이 '쇼호스트는 무엇인가'입니다.
1995년 39 쇼핑과 LG 홈쇼핑이 출범하면서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는 직업인을 일컫는 말이 쇼핑호스트, 쇼호스트인데요. 39 쇼핑은 미국 홈쇼핑의 '쇼호스트(SHOWHOST)'를 선택했고, LG 홈쇼핑은 쇼핑의 호스트(Host)라는 조합어인 '쇼핑호스트'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부른 것이 시초입니다.
현재는 10여 개의 홈쇼핑사가 있으며, 각 사의 컨센서스를 통해 쇼핑호스트나 쇼호스트로 부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쇼호스트라고 부르는 쪽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니니 그냥 쇼핑호스트=쇼호스트 정도로 이해해 두면 되겠습니다.
홈쇼핑은 편리한 쇼핑 채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몹쓸 쇼핑 채널이라는 지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동구매는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인가?라는 생각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추후에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쇼호스트입니다.
18년 전 방송이 너무 어려워서 고민하던 제게 같이 일하던 누군가가 방송을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신나게 떠들면 돼!"
내가 하는 일이 그냥 떠드는 것이라니, 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때 그 형의 말처럼 그냥 신나게 "떠들기"만 하니 혼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쇼호스트는 단지 "사세요! 사세요!"만 하는 사람인가요? 그냥 떠드는 사람인가요?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홈쇼핑은 세계의 그 어느 홈쇼핑보다 버라이어티하고 발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홈쇼핑 방송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방송인이기도 하지만, 고객에 앞서서 해당 상품을 먼저 체험하는 선험 자이고, 시청자를 설득해서 구매에 이르게 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방송에서 펼쳐내는 마케터이기도 합니다.
기존 mc, 리포터, 아나운서 출신들이 쇼호스트로 전직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수많은 방송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홈쇼핑 방송은 일반 방송과는 달리 대본이 없으며 설명하고 안내하는 화법이 아니라 상품의 정보를 설명하는 것과 그것을 토대로 설득하는 세일즈 화법을 동시에 구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송인 출신들도 어려워하는 일이니, 방송 경험 없는 사람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기존 방송인이 흔히 갖고 있는 '쪼'라든가, 습관이 없으니 제대로 배우면 됩니다.
홈쇼핑은 2000년대 들어 비약적 발전을 통해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이런 유통 모델이 잘 될까? 고개를 갸웃하던 시절을 거쳐 하나의 유통산업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게 되었고, 고객 데이터들도 많이 쌓이게 되었죠. 2000년 대에 주된 시청자&고객층은 30대~40 초반이라고 이해되었는데, 홈쇼핑 채널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19년 현재의 주된 고객층은 40대 후~50대 초중반입니다.
즉, 과거 홈쇼핑을 주로 이용하던 분들의 층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것입니다. 홈쇼핑사들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2~30대 고객들은 홈쇼핑보다는 모바일 쇼핑 등을 더욱 많이 이용하고 있지요. 홈쇼핑 채널은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데, 케이블이나 IPTV 가입자 수는 정체이다 보니 홈쇼핑 매출도 정체입니다
그러면, 홈쇼핑에서 일하는 쇼호스트도 이제 쇠락하는 것인가? 아니죠, 오히려 뛸 수 있는 운동장이 더욱 많아졌지요. 홈쇼핑은 홈쇼핑대로 영업을 영위할 것이고, 모바일 쇼핑 분야에서도 이제 상품 상세 페이지의 사진과 텍스트를 통해서만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통해 상품의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들이 늘어났으니까요. 그 동영상 쇼핑 무대의 주연배우들 또한 쇼호스트라고 하면 바야흐로 쇼호스트 전성시대입니다.
이른바 동영상 기반의 유통인 비디오 커머스는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고객 니즈의 자극, 체계적인 설명, 설득을 통한 구매 유도라고 하는 전통적이고 가장 강력한 세일즈 화법을 구사하는 쇼호스트식 프레젠테이션이 주를 이룰 것은 자명합니다. 모바일 쇼핑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은 그 특성상 홈쇼핑의 상품 프레젠테이션보다는 짧아지겠지만 쇼호스트식 프레젠테이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1995년 홈쇼핑이 생기면서 활동한 선배님들이 1세대입니다. 홈쇼핑이 하나의 유통산업으로 자리 잡는데 그분들의 공이 컸습니다. 2001년 기존 홈쇼핑들에 이어 추가로 허가받은 현대, 우리(현 롯데), NS 홈쇼핑이 생기면서 저와 같이 쇼호스트의 이름을 달게 된 세대를 저는 2세대라 부릅니다. 홈쇼핑의 시장규모는 커졌고, 방송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 취향을 저격하는 화려함을 갖게 되었고, 상품 종류도 다양화한 시기입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K쇼핑을 필두로 T-커머스 채널이 생겨났고, 생방송 홈쇼핑에서는 할 수 없었던 방송 포맷 시도가 가능해졌습니다. 끼와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일부 쇼호스트는 라디오, 공중파 오락프로그램까지 진출하며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쇼호스트 3세대의 선두주자들도 모두 제 후배죠 하하..^^
이제는 SNS, 모바일 동영상, 소셜 커머스 등에서 자신의 끼와 말솜씨를 뽐내려는 쇼호스트 4세대의 시대가 열릴 겁니다.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쇼호스트라는 이름을 얻는데 자격시험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스스로 쇼호스트로 부를 수 있죠. 그러나, 홈쇼핑의 쇼호스트가 엄격한 방송 심의 규정에 의한 감시를 받는 반면, 인터넷 미디어 쇼호스트는 이러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으니 말입니다. 블로그, SNS 등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세금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람들을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졌듯, 다양한 비디오 커머스의 유통에 대해서도 감시와 제재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말을 더욱 '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쇼호스트 지원자나 화법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들로 꾸며지는 '쇼호스트의 말하기' 시리즈를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쇼호스트는 무엇인가'를 정리해 본 쇼호스트 되기 1편을 마칩니다. 2편은 제가 지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채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