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호스트의 설득력은 F.A.B에서 나온다
쇼호스트의 PT는 설명과 설득으로 이루어진다.
설명(說明)이란 :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 또는 그런 말.
설득(說得)이란 :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
높은 경쟁률을 뚫고 쇼호스트가 되면, 일정기간의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쇼호스트 시험을 거친 친구들은 대부분 공중파, 케이블 등에서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리포터 경험을 했거나, 교육기관에서 방송 진행자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대해 배워 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발음, 발성, 포즈, 목소리 톤, 복식호흡과 같은 방송인의 하드웨어를 갖추는 교육보다는 홈쇼핑 방송에서 PT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집중한다.
교육에 강사로 참여하는 쇼호스트들은 연차가 오래되어,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오프닝을 하는 방법, 주문 유도 방법, 구성을 짜는 방법 등 자신의 노우하우를 아끼지 않고 알려 주려 노력한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전날 교육한 사람과, 다음날 교육한 사람의 의견이 달라 피교육생들 입장에서는 혼동이 될 때도 많을 것이다.
방송 진행 구성이나 멘트를 짜는 것은 수학과 같이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니까 자연스러운 일이다. 잠시 홈쇼핑 채널에 들른 시청자를 붙잡을 PT의 비결은 없을까? 홈쇼핑 방송에서의 상품 PT 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세일즈에서 고객을 설득할 때에도 유효한 공식이 있다. 바로 F.A.B이다.
F.A.B는 FEATURE(특색, 특징), ADVANTAGE(장점), BENEFIT(혜택)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들어낸 용어이다.
Feature는 상품에 대한 물리적인 특성을 뜻한다. 하나의 상품이 가진 물리적 특성은 다양하다. 크기, 디자인 형태, 소재, 무게, 색상 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Advantage는 상품의 물리적 특성이나, 기능이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Benefit은 이러한 상품적 특성으로 고객이 누리는 혜택을 뜻한다. 장점과 혼동될 수 있지만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에어컨을 판매하는 상황을 염두하고 설명해보면 이렇다. 에어컨에는 여러 특색이 있다. 브랜드, 디자인, 냉방성능, 공기청정, 제습 등의 멀티 기능, 가격, 에너지 소비효율 등 선택해서 소구 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척 다양하다.
전기세가 이슈가 된 시점에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에 대해서 주목하고 방송한 적이 있다. 그럼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을 이끌어 낼까?
F -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1등급
A - 전기를 덜 쓴다.
B - 더울 때 마음껏 쓸 수 있다.
이렇게만 말하면 재미가 없다. FAB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게끔 살을 붙여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스토리텔링은 가장 강력한 설득의 수단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에 어머니, 아버진 선풍기만 틀고 계시다가, 오랜만에 제가 집에 가면 에어컨을 트십니다. 전기 요금이 걱정되니까, 아들 올 때만 트시는 거예요. 너무 오래되어 요즘의 에어컨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워낙 많다 보니 어머니는 덥지 않다고만 손부채질만 하셨어요.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이 좋았다면 어땠을까. 진즉 바꿔드리지 못해서 송구하기만 합니다.
지금 보시는 이 에어컨은 초절전 인터버 컴프레셔가 장착되어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이 1등급입니다(F).
에어컨을 트는 동안 전기를 적게 쓰도록 하는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이죠(A).
누진세가 적용되니까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몇 년만 사용하면 웬만한 에어컨 한 대 사는 가격 정도를 절약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기세 걱정돼서 아들, 딸 올 때만 잠깐씩 틀거나, 에어컨을 못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런 에어컨이라면 늘 아끼기만 하시는 우리 부모님도 더울 때 에어컨 맘껏 쓰실 수 있지 않을까요(B)?
실제로 부모님은 안 덥다며, 거의 에어컨을 틀지 않으셨다. 문을 열어 놓으면 앞뒤로 바람이 잘 통하고, 선풍기만 틀어도 시원하다는 말씀으로 아들을 안심시키려 하셨다. 비록 상업 방송이지만, 에어컨을 방송할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 지금도 가끔은 목이 멘다.
다른 예로, 블랙박스를 소개하는데, 여러 가지 특징 중 화질을 통해서 소구를 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박스는 사고가 났을 때 무언의 목격자입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났을 때, 나를 대신해서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를 증언해주죠. 그런데, 이 목격자의 눈이 어두워서 사고가 어떻게 난 건 지를, 어떤 신호에서 사고가 났는지 등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면 있으나 마나죠.
지금 보시는 이 블랙박스는 고선명 슈퍼 HD 화질을 자랑합니다(F).
말은 좀 어렵지만, 우리 TV를 생각할 때 HD 화질만 해도 선명하고 밝아서 TV 볼만 하다고 좋아했잖아요. 워낙 선명하다 보니 출연자 얼굴의 모공까지 보일 정도. 이런 HD 해상도보다 4배가량 해상도가 높은 게 바로 슈퍼 HD 화질입니다. 그래서 사고의 상황을 제대로 찍어 낼 수 있습니다(A)
블랙박스가 있다고 해도 사고가 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이처럼 화질이 좋은 블랙박스를 달아야 차사고로 재산상, 인명상 손실이 나는 경우에 덤터기를 쓰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억울한 일은 겪지 않을 것입니다(B).
베테랑 쇼호스트라도 F.A.B라는 핵심 원리를 모른 채, PT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베테랑 쇼호스트들은 수많은 경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라도 이런 원리에 부합하는 PT를 하게 된다.
쇼호스트식 설득의 핵심원리는 ‘파브(FAB)’라는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공식으로 많은 연습을 하다 보면 누구나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설득가가 될 수 있다. 쇼호스트 설득의 KEY 중 하나는 F.A.B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