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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미 Oct 31. 2024

몸의 불안이 마음의 불안으로 이어지다

협착증

사진출처: 서울척병원 블로그


2023년 1월 어느 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허리를 좀 구부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서 일어나 욕조밖으로 나가려는데 구부렸던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처음 느끼는 통증이었다. 억지로 움직이면 크게 다칠 거 같은 느낌.

쇠 같은 단단한 물건으로 허리를, 아주 힘센 누군가가 누르고 있는 느낌.

기다시피 화장실을 빠져나온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시간은 30분남짓 흘렀다. 겨우겨우 조심스럽게 허리를 폈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서인지 허리는 펴졌다.

평소에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데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복잡한 진료가 예상되는 경우 나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최대한 미루다 안 가면 안 될 상황이 되어서야 간다. 허리통증은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간 것인데 착오였다.


의사는 척추뼈 5번 6번이 좁아져있다고 했다. 협착증이라고 했다. 나이에 비해서 무척 빨리 왔다고 했다.

나이보다 빨리 왔다는 말이 무척 충격이었다. 운이 없다. 상황이 안 좋다.라는 뜻을 포함한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그런데 이 충격적인 말을 병원 갈 때마다 의사에게 듣게 될 줄이야.

때론 혼잣말처럼 "왜 이렇게 빨리 왔지?"

때론 탄식처럼 "쯧쯧. 너무 빨리 왔네."

때론 질문처럼 "보통 이 나이엔 안 오는데 너무 빨리 왔네요?"

어떤 때는 의사가 제발 나이보다 빨리 왔다는 말만 안 했으면 싶었다. 이번진료 때는 제발 그 말하지 말아라 하면서 진료실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아휴 너무 빨리 왔네요.라고 이 말을 빼먹으면 큰일 난다는 듯이 의사는 말했다.


나는 결국 ㄱㅆ 정형외과를 가지 않게 되었다. 내 생각에는 그 말은 진료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고 고통을 줄 뿐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의사에게 무언가 희망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희망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부정적인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었다. 의사는 내 협착증을 개선시켜 줄 생각이 없는 거 같았다. 나아지지 못한다면 더 나빠지지 않는 방법이라도 알려줬으면 했다.


어느 날은 한 다리로 서보라고 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냐고 물었다.  한 다리로 서보였다. 의사는 다리에 힘 빠지면 이야기하자고 했다.

다리에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실소가 나왔다. 현재 다리에 힘이 빠지진 않았지만 오른쪽다리가 저린 상태다. 저리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했었는데 얼마 전 구르기 운동 후 (허리엔 쥐약인데 운동시간에 강사님이 하라는 데로 해본 게 잘못이었다.) 안 좋아진 듯하다.


이제 50이 되었는데 난 왜 이리 아픈 곳이 많지?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나 무너지고 있는 건가? 고지혈증 약복용, 족저근막염, 목통증, 협착증, 치아문제 등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면 불안해진다. 불안이 극대화되는 시간은 새벽과 밤이다. 몸의 불안이  마음의 불안으로 마음의 불안이 몸의 불안으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게 핑퐁처럼 움직인다.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몸으로.


내 안의 불안이 힘들어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해본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정선근 박사의 책 백 년 허리를 읽고 여러 의사들의 유튜브도 본다. 약해진 몸으로 맞이하는 불안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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