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미 Oct 10. 2024

난 늘 나이가 많았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이다. 어김없이 질문이 훅! 들어온다.

나이를 묻는 질문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여곡절 끝에 25살에 대학새내기가 된 나는 그때부터 늘 소속된 단체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왕언니였고 취업 후에도 나이 많은 막내였다. 그때는 나이 많은 것이 그리 부끄럽지 않았다. 비슷한 나이, 경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저 격하게 반가워했을 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뭔가 열등한 느낌이다. (모든 사람이 아닌 나에게 국한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체력적인 에너지도 그렇고 인간적인 호감도면에서도 일정 부분 그렇지 않을까. 20대에는 내 첫인상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50대 초반이 된 지금은 변한 모습을 보며 나쁘지도 좋지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나이를 물어보는 것이 싫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적인 정보를 묻는 것이 불편하다. 불편하면서도 누군가 물어보면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말한다. 나는 왜  "제 나이는 비밀이에요."라고 이야기하지 못할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내가 말하기 싫은 것을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여러 강의와 공통된 취미로 형성된 모임이 여러 개 있지만 몇 년 동안을 알고 지내도 나이를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 그것이 편하기에 오래전부터 나이를 묻지 않는다. 먼저 말하는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하지만 내가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입견 없이 동등한 느낌으로 대할 수 있어서 나이를 물어보고 싶지 않다. 내 나이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두렵고 조급해지기도 하니까. 육신과 정신도 영향을 받으니까.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그럴 수 도 있다.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 내 나이에 당당해지는 것. 그것은 계속 나이를 먹어갈 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