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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 Jan 19. 2019

인도에서 길을 잃다 ​

-나가르? 나가리


10년만에 찾은 델리 공항은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한번도 온 적이 없었던 것처럼 생소하고 여느 공항과 다름 없는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에 놀라 자꾸만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많은 인도인들이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있었고, 공항 직원들은 친절하게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도 설명해 주었다. 문득 이번 여행은 전보다 훨씬 편해질거라는 기대와 약간의 흥분감으로 들떴다. 인도의 전철은  혼잡함도 위험 요소도 없는 것 같았고 노선 바꾸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공항에서 빠하르간지역를 거쳐 첫 숙소가 있는 나가르 역까지 40분, 이렇게 순조롭다니 스스로 놀라고 대견해하며 역을 내렸다. 이제 택시만 타고 가면 된다.


 하지만 트렁크를 끌고 계단을 올라 역 밖으로 나온 순간 10년 전 혼돈과 아수라의 세상이 그대로 좌악 펼쳐졌다.

벌떼처럼 달려드는 오토릭샤들 삑삑 거리는 택시와 버스,  밤 거리는 무슨 일이 난 것처럼 소란스럽고 사람들로 가득찼다. 노선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 그 사이로 어슬렁대는 소와 노점상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여기에 다 모인 걸까. 늦은 밤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고 떠드는 젊은이들과  차선이 무시된 도로를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자니 숨이 콱 다. 나를 바라보는 인도인들, 낯선 동양 여자를 또 뚫어져라 쳐다본다. 정신 바싹 차리고 침칙하자. 이제 몰려드는 릭샤꾼들을 피해 택시를 타면 된다. 하지만 택시는 쉽게 잡히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급한 마음에 숙소 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도 않는다. 뭔가 단단히 잘못 되어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40분, 숙소 주인과 겨우 연락이 되었다.

"Take a taxi or autor-ricksaw and show our address!"
 릭샤에게 주소를 보여주고 가자고하니 갸우뚱거리며 모르는 지역이라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이상하다. 가격 흥정이고 뭐고 달라는 데로 어서 갔으면 좋겠는데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초조하고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내 답답한 모습을 딱하게 보았는지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한 젊은 동양인이 우버 앱을  깔고 호출하라고 일러주었다.  앱을 깔고 설치하고 내 위치를 설정하니 근방의 택시들이 떴다. 한국에서도 써보지 않은 카카오 택시를 여기서 하게 될 줄이야. 이제 호출만 하면 된다.

나가르 역에서 1시간을 헤맨  겨우 택시를 탔다. 겨우 숨을 돌리고 타니 택시는 곡예하듯 구불구불 도심을 질주한다. 밤이 깊어질수록 주변은 더 어두워지고 도대체 내가 예약한 숙소는 어디에 숨겨있는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사는 영어도 한마디 못하고 네비에 나오는 길로만 졸졸 따라간다. 좁은 길로 들어서자 시장골목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좁은 길에 차를 들이대니 갈라지 듯 사람들이 차를 피한다. 빈민촌 같은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역, 어쩌자고 이런 곳에  에어비엔비를 정했을까. 분명 역에서 가깝고 사진으로도 멋진 곳이었는데. 급기야 기사는 내려서 길을 묻고 찾아본다. 하지만 어깨를 들썩거리며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가 도착 지점이라고 돈을 내라고 손을 내민다. 기사도 잘 모르는 지역이라. 아 이런곳에 내가 숙소를 정하다니. 구글을 켜고 길 찾기에 돌입했다. 어둡고 질척한 도랑길을 지나  쇠창살  아치 형태 대문을 들어가니 그제야 제대로 된 집들이 보인다.  저 중의 하나가 숙소. 빈민촌 한  가운데 벽과 창살로 둘러쌓인 3층 아파트. 정말이지 어이없고 스스로에게 화가났다. 첫날부터 이렇게 진이 빠지다니. 숙소 가족들은 옥상에서 해맑게 손을 흔들며 웰컴한다.
(말로만 듣던 우버앱은 인도 여행 내내 구실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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