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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 Feb 10. 2019

스물 다섯, 쉰살

이제 이십 대 중반에 들어선 딸이 반오십이 되었다고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난 반 백인데.


수십 년 전 사진 속의 낯선 나를 들여다 본다. 당시 스무 살 넘은  여자들의 화장법이라는 게 뽀글 긴머리, 분칠한 하얀 얼굴에 갈매기 눈썹, 앵두같은 입술, 쌩쌩한 젊음 뒤에 어색함이 가득하다. 그저 한 찰라려니. 그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 지. 아마도 젊음만 있고 앞으로의 시간과 미래라는 까마득한 뜬 구름만 잡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지나던 어르신들이 '머리에 똥만 가득 찬 것들'이란 말을 덤으로 받아 먹으며, 언젠가, 아마도 언젠가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잔뜩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인생의 시행착오라는 게 저축과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단물이 푹푹 우러 나오는 건 어쩔수 없다. 지금 여기, 느긋함 여유, 나이듦의 편안함을 느낄 나이가 된 게 감사하다. 옛날로 그 젊은 날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게 감사할 뿐.


10년 후,20년 후  아주 먼 미래를 목 빠지게 기다리며 시간을 성큼 건너 뛸 줄 알고 보낸 들. 결국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더해지고 더해져서 오늘을 만드는 것을. 과거와 미래의 내 모습이 어딨나. 지금이 있을 뿐이다.  뭐든 절반쯤 왔으면 다음은 수월해지는 법. 사랑하는 딸아 누구보다도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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