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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Nov 16. 2023

How much you wanna risk

커뮤니티센터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


화요일 저녁은 프랑스어를 배우러 가는 날이다. 파키스탄에서 온 젊은 선생님이 이스라엘, 폴란드, 중국, 한국에서 온 나이 든 학생들을 가르친다. 모두에게 이미 국인 캐나다에서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프랑스어 시간. (사실 캐나다에서는 프랑스어가 공용어이긴 하다) 프랑스어수업 친구들 다섯 중 셋은 중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지만 나는 프랑스어가 처음이다. 'cyclisme'가'사이클'이 아닌 '씨클리즈마'가 되고, 'danser'가 '댄서'가 아닌 '동쎄'가 되는 신기한 발음과, 숫자 70은 soixante-dix - 60 + 10으로 읽고 숫자 90은 'quatre-vingt-dix' - 4 * 20 + 10으로 풀어서 읽는 신기한 개념을 만나고 있다.




어제는 aimer(좋아하다)라는 새로운 동사를 배우고 Que aimer- vous?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문장 네 개를 써서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J'aime voyager(여행을 좋아해요),

J'aime aller aux cafes(카페 가는 것을 좋아해요),

J'aime marcher(걷는 걸 좋아해요)

J'aime aller a Vancouver(밴쿠버에 사는 게 좋아요)라고 썼다가, 마지막 문장을 지우고 대신

J'aime la lecture(책 읽기를 좋아해요)를 남겼다.

내겐 선물 같은 밴쿠버 생활이지만, 여기서 내가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그들도 과연 '밴쿠버에 사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 순간 멈칫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온 A는 건축대학을 졸업했지만 본인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맥도널드 주방에서 일하는 것으로 첫 직장을 구했다. 내 프랑스어 선생님 B는 졸업 후 기숙사를 나와야 했고, 학교 주변에 살고 싶었지만 밴쿠버의 월세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워 교외지역으로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C는 일본에서 여러 책을 펴낸 작가였지만 여기에서는 본인의 모국어로 할 일을 찾기 어렵다. 본국에서 약사로 일한 D지만 이곳에서는 약국 보조일을 하는 인터뷰를 긴장된 마음으로 보러 갔다. A, B, C, D에서 찾을 것 없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 심지어 일을 할 수 있는 권리인 워크비자도 없는 나는 여기서 그런 간단한 일마저도 할 수 없다.



정해진 정답대로 살아왔고, 밴쿠버에서의 정해진 시간을 보낸 후 줄곧 살았던 곳에서 이전에 했던 일을 이어 앞으로도 해나갈 나와는 정반대 상황에 있는 친구가 있다. 본인의 고국을 좋아하지 않아 고국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은 가지도 않고 국적이 드러나는 본인의 이름도 싫어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었고,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국적도 바꾸게 될 것이다. 그 친구를 보면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는 아무리 이 밴쿠버가, 캐나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장 간절했던 어떤 것 한 가지는 주었을 것이다.




How much you wanna risk.

가족, 친구, 익숙함, 추억, 그 모든 소중한 것들을 고국에 두고 여기 새로운 곳에 정착한 내 외국인 친구들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여기에 왔다. 여기에서 뿌리내려야만 하는 그 마음은 더 간절하고 절실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이 삶을 이어가는 들의 앞날에 희망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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