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 청년, 주택문제를 해결해나가다.

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by 앤스페이스 NSPACE

청년, 주택문제를 직시하고, 스스로 해결해나가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지옥고’라는 신조어가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의 줄임말로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표현하는 단적인 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청년의 절반 이상이 100만원을 벌면 20만원을 월세로 지불한다고 한다.* 어른들은 저축을 하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앞을 내다보기에는 지금의 생활이 빠듯하다. 이렇게 청년들의 생활에 부담이 되는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모인 협동조합이 있다. 처음에는 대학 내 기숙사를 지어달라는 요구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650명의 조합원들과 스스로 집을 지어가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다.


단체는 2011년 ‘민달팽이 유니온’으로 시작하여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을 제안했지만 단시간에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비영리 주거모델은 사례도 많지 않고 정책이 바뀌려면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살 집을 직접 짓기로 하고 2014년 2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설립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협동조합에는 650명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 4명의 직원이 서울 내 10군데의 협동조합주택 ‘달팽이집’과 8군데의 공공 공간을 운영 중이다. 청년들은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이한솔 담당자를 만났다.


청년들이 살 집을 직접 짓기로, (...)
5년이 지난 지금 협동조합에는 650명의 조합원이 함께한다.

*오마이뉴스, 1人청년가구 ‘지옥고+高주거비’에 운다, 2018.5.25.,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2501031321326001
1.jpg 2019년 민달팽이유니온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총회 사진


조합원의 지지와 협력적 파트너와의 만남

청년들에게 주택을 직접 보급하겠다고 했을 때 시작이 쉽지 많은 않았다.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슈였기 때문인지 1호점을 오픈할 때는 조합원 127명의 출자금으로 보증금 8천 2백만원을 마련할 수 있었고, 2호점을 오픈할 때는 새동네연구소의 이재준 소장을 만나 저렴하게 가좌동의 건물을 임대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 운영 등을 위해 필요한 6억 8천 만 원은 사회투자기금의 사회주택 지원에 선정되어 일부를 대출받고 나머지는 조합원끼리 돈을 모았다. 그렇게 창립한 그 해에 달팽이집 1호, 2호점을 시세의 70% 수준으로 보급할 수 있었다. 국내 사례가 거의 없기에 불가능해 보였던 비영리 주거 모델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후 민달팽이는 여러 군데의 협동조합주택을 오픈했고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서울주택토지공사(LH)와도 협력하게 된다.

2.JPG 남가좌동 2호점에 입주한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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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좌동 2호점 내부 사진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공간, 민주적 의사결정의 문화

달팽이집은 각 지점마다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3호점은 커뮤니티 공간이 강조되고 5호점은 마당이 있다. 7호점은 일본인과 협업한 공간이다. 각 지점의 특색이 돋보이는 이유는 민달팽이의 주택 설립 방식 때문이다. 민간에서 공급하는 일반 수익형 주택과 달리 달팽이집은 조합원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공간을 구성하기 전, 의견을 모으는 워크샵을 연다. 워크샵에서는 지난 집에 비해 어떤 점이 발전되었으면 좋겠는지, 공간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가 오간다. 이렇게 수요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민달팽이만의 특색 있는 주거 공간이 된다.


“비영리 주거모델 공급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집을 짓는 순서를 바꾸는 일이었어요. 수요자가 집 주인이 아니더라도 이 집이 어떻게 지어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집을 짓는 거요. 그러다보니까 매번 집을 공급할 때마다 워크샵을 길게 하게 되더라구요.”

5.jpg 최근 진행된 연희동 달팽이집 상상워크샵. 수요자들의 사회주택의 공급 과정에 참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또 다른 차별성은 커뮤니티 운영 방식에 있다. 커뮤니티 가이드는 최소한으로 제시하고 이 외의 것들은 입주자들 간의 주체성에 기반 한다. 이런 점은 계약 규정에서 알 수 있다. 갑과 을로써 각자의 역할과 의무를 강조하기 보다는 입주자 간 관계의 방식을 제시한다. 예를 들자면, 반(反)성폭력, 민주적 의사결정, 문제해결 방식 등의 조건이다. 또한, 조합에서는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을 위한 주거교육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는 입주민 간 갈등을 예방하고,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갈등해결 워크샵이 있다. 이런 규약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인지 다른 셰어하우스 보다는 좀 더 참여적인 분위기가 엿보인다.


“달팽이집이 인권 측면에서 접근한 모델이기 때문에 예쁘게 사는 느낌과는 차이가 있어요. 주체성 있는 주거문화와 사회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감수성이나 문화에 동의하거나 확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주체성 있는 주거문화와 사회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감수성이나 문화에 대한 동의, 확산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6.jpg 민달팽이 5호점 마당에서 진행된 벼룩시장.

또 다시 변화하는 민달팽이

민달팽이는 또 다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만들었던 공간과 운영 경험을 바탕삼아 내외부적으로 시스템을 정비 중이다. 최초의 달팽이집은 6인실도 있었지만, 개인공간을 선호하는 청년들을 위해 점차적으로 1인실 위주의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간을 두어 가입을 받았던 입주방식도 입주자의 여건을 고려해 상시 접수로 변경하였다. 또한,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남가좌점과 같이 집주인에게 임대를 하는 방식보다는 공공기관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집은 타이밍인데 기간 모집으로 할 때는 청년들이 계약기간을 맞추기 어려운 점이 안타까웠어요.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나니까 굳이 기간을 두고 할 필요가 없어서 최근에 상시 모집으로 바꿨구요. ... 저희도 계속 틀을 바꾸고 있는 거예요. 5년 정도 되면서 시스템화 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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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달팽이집 앞에 놓인 글. 달팽이집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달팽이집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기 때문이다.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셰어하우스는 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달팽이집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기 때문이다. 사회문제에 답은 없지만 스스로 풀어나가는 문제의 답은 독창적이며, 무엇보다 지속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의 시점을 맞이한 달팽이집이 또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안채윤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달팽이집 2호점

서대문구 남가좌2동 남가좌파출소 주변

https://minsnailco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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