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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May 23. 2023

인프피지만 가끔은 수다를 떱니다

<Intro….> 


수다보다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주말에 풋살을 하다가 무릎인대를 다쳤습니다.  

인대 하나 다쳤을 뿐인데…. 제대로 걷지를 못합니다….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존재였는데….  

세상에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걷지 못하는 우울함을 

이렇게 여러분과 수다라도 떨며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수다는 어쩌면….  

삶에 대한 간절한 염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혈액형: A형 같지만, B형 같기도 하고 

O형인 듯 O형 아닌 에라 모르겠다 AB형인가? 할 무렵, 

결론은 O형 같지 않은 O형. 


MBTI : 


취업 면접에서 서류에서 Cut-off 된다는 

‘열정적인 중재자’라 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입었지만, 

결론은 ‘아싸’로 분류되는 INFP(인프피) ...


낯 가리는 대회가 있다면 

우승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니 장담은 못 하겠지만 

순위권 내에 들 자신은 있을 만큼 

충분히 내성적이고 

업무 공간에서는 거의 묵언수행 중인 스님과 다를 바가 없지만 

어떤 자리에서는  스님이 방언 터진 듯 수다의 핑퐁 게임을 즐긴다. 


토크 게이지가 충만한 어떤 날은 

말하는 와중에도 다음 발언 기회만을 엿보는 

수줍은 하이에나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은 나를 세상 과묵한 사람으로 알지만 

어떤 사람은 내가 입만 열면, 

벌써 빵빵 터질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 상극인 캐릭터들이 

나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라 

랜덤으로 결정지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무인도에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무작정 딱 맞는 주파수에 연결된 것처럼…. 


어떠한 화학작용에 의해 나와 딱 맞는 사람, 

혹은 사람들의 조합과 연결될 때면 

나는 평소와는 다른 빛깔을 내는 한 잔의 칵테일이 된다. 


어쩌면 이렇게 속삭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대여, 나를 삼키어 주오.”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낯선 사람은 불편한데 새로운 사람은 환영이다. 

낯설거나 새롭거나의 기준은 모르겠다. 

그저 어떤 사람은 낯설고 어떤 사람은 새롭게 느껴질 뿐이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남의 집이었고 테이블에 자리 잡은 6인은 모두 완벽한 타인이었다. 

그중 2인은 커플 관계인 호스트였고 

1인은 그들의 지인이라 일부  아는 사이이긴 했지만 

적어도 남은 3인의 시야에선 모두 남이었다. 


플랫폼 이름도 ‘남의 집’이었다. 

"가끔 내성적인 나를 호기심 많은 내가 뚫고 나올 때가 있다." 

가 모임 주최 슬로건이었고 

부제가 외국인&  Artist와 아틀리에에서 즐기는 와인과 수다였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와인을 마시는 것도 모자라 철학을 논한다고…? 


너무 궁금했다. 

그러나 나는 금요일 저녁다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궁금증은 한풀  꺾였고 

또, 그날이 직원들과 선생님 급여를 송금해야 하는 날이라 

여차하면 양해를 구하고 노트북을 켤 생각으로 

가방까지 챙겨 남의 집에  입장했다. 


호스트 커플은 친절했고 공간은 아늑했으며 게스트들은 유쾌했다. 

대화의 주제를 특정한 것도 아닌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예술,  철학, 사회, 정치, 사랑…. 

지적인 대화가 끝도 없이 수놓아졌다. 


좋은  시간은 시간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의 단절 사이사이를 잇게 만든다. 

결국,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자정쯤 되어서야 자리가 파했던  그날 밤, 

나는 한 달 치…. 아니 어쩌면 석 달 치쯤…? 되는 

토크 분량을 일거에 쏟아낸 것 같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선 가당치도 않았던  대화들이 

방금 마주한 타인들과 가능하다니…. 

그 자체가 일주일의 고립감과 무력감으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 


그날 이후 우린 보란 듯이  타인과 타인 사이로 돌아갔지만, 

내가 기억하는 완벽한 술자리로 남을  것만 같다. 


나는 분석형 인간은 못되지만 

몇 가지 단서들을 놓고 추론해 보자면 

나는 혼자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투 머치 형 토커나 

에너지로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파이터 형 토커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나를 향해 이쁘게 날아온 볼을 받아서 

다시  넘겨주는 리시버형 토커랄까? 


과거에 사귀었던 X 여친들 대부분이  수다쟁이였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재잘재잘 잘도 꺼내 늘어놓으면 

나는 적당한 추임새 정도만 넣어주면 되었다. 

그런데,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그들 중 누구도 나를 과묵하다거나 

내성적인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작, 본인들이 수다 쟁이면서 나 역시 같은 계열로 보고  있었다. 


한 번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 줄 아름다운  수다의 여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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