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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Jul 18. 2023

나의 숨은 재능 찾기

(없어도 찾아내야 한다. 누룽지 박박 긁는 심정으로.)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숙성되는 중이라 믿습니다.   

마침내,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서 말이에요...  


재능은 타고나는 거라 믿는다. 

'재능 있는 자 가운데 가장 불행한 자'를 떠올려 보면 

‘살리에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살리에르였지만 

천재성을 지닌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로 살아야 했던 사람. 

오죽하면 2인자의 열등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현상을 일컫는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죽을 만큼 노력해도 

결국 타고난 자를 넘어설 수 없다는 가설은 

일견 서글프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푸념조차 할 자격이 없다. 


죽을 만큼 노력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한한 열정과 노력으로 

부족한  재능을 메꾼 사람들은 대부분 

최고의 업적은 아닐지라도 

소기의 업적은 달성한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어떤 면으로든 재능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재능이 적절한 시기에 노출되고 특화되어 

빛을 발하면 반짝이는 존재가 되는 것이고, 

재능이 꽃피우려다 

숨어버린 봉오리처럼 애매하게 되어 버리면 

반짝이는 별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밤하늘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문득,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사회는 

재능이 특출 나고 열정과 성실성까지 겸비한 사람, 

재능은 타고났지만 적당히 게으른 사람, 

재능은  없지만 성실한 사람, 

재능도 없고 성실성도 부족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그것을 상쇄시키는 사람... 등등이 

피라미드 계급을 이루며 나름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군가 그 조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사장은 딱 먹고살 만큼만 급여를 주고 

직원은 딱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을 한다고. 


어쨌거나, 수요를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이 있고, 

공급이 필요한 곳에 떡하니 수요가 있다. 

그게 참 신기하다. 


나에게는 어떤 재능이 있는 걸까? 

유년 시절, 나는 축구를 잘했다. 

그러나, 선수를 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지금 떠올려도 믿기지 않는 드라마를 쓴 

태극전사들이 전국민적으로 추앙받았던 그때, 

어머니는 지나가는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축구를 시킬 걸 그랬나?...” 


작문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사생대회 때는 어디서 베껴 쓴 것 같다는 지적이 일 정도로 

성숙한 글솜씨를 자랑했고 

논술은 언제나 전교 3위권이었다. 

그때, 나는 작사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글 쓰는 모임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글 하나를 제대로 써 내려가지 못해 

늘, 마감 직전에서야 설익은 글을 투척하고 

피드백 역시 가뭄에 콩 나듯, 비역세권이다. 


어렸을 적 나는 말수는 별로 없지만, 

단상 앞에만 서면 좌중을 폭소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연습한 적도 없고 노력한 적도 없으니 

진짜 재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365대 1의 경 쟁률을 뚫고 합격한 

개그맨 공채 타이틀이 무색하리만큼 

그 세계에서  빛의 속도로 삭제되었다. 


연기에도 나름의 재능과 감수성을 겸비했다 생각했다. 

눈빛 좋다는 이야기와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곧잘 들어왔기에 ‘설마, 이러다 이병헌…? ’하는 

실없는 착각도 했었더랬다.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 기회를 살려내지 못한 걸 보면 

재능이 특출 난 것도 아니었나 보다. 

같이 출발한 친구, 동생, 후배들의 비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흔한 질투의 감정마저 들지 않는다. 


질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사정권  안에 들어와야 느끼게 마련인데 

그들은 이미 나의 사정권을 벗어난 지  오래다. 

그래도, 부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너무 부럽다. 


친한 동생 하나 옆에 끼고 

다양한  여정을 통해 돈을 버는 유퀴즈의 유재석이 부럽고, 

친한 사람들 모아 놓고 

술 한잔 기울이며 돈을 버는 신동엽이 부럽고, 

좋은 곳은 다 다니는 것 같은 

인스타의 효소 파는 인플루언서도 부럽고, 

전혀 부럽지가 않다고 

정말 진심처럼 말하는 장기하도 부럽다. 


나의 숨겨진 재능 하나가, 

거짓말처럼 내일 세상에 반짝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빠져 있는 한 줌의 머리카락 대신 

한 줌의 재능이 침대에 널려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고모의 무용 센터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붕괴되어 가는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싶다. 

어떻게든,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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