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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용 지민파파 Jan 17. 2019

선택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

2년 전 부산으로 촬영을 갔다가 올라오는 기차 시간을 미루고 찾은 나의 초등학교는 많이 변해 있었다...


#1 초등학교가 결정되던 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로 불렀지만...)에서는 한창 뽑기(?)가 진행 중이었다. 통 속에서 어떤 탁구공이 나올지에 따라 앞으로 6년 동안 자신이 다닐 초등학교가 결정되는 운명(이라고까지 표현하긴 조금 거창할지도...)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선택의 폭이 다양한 건 아니었다. 한 대학교의 부속 초등학교에 다니느냐, 아니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배정받느냐 하는 무척 간단한 단판 승부였으니 말이다.


통에 손을 넣고 잠시 휘젓는 시늉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탁구공 하나를 움켜쥐었다. 이 공이 앞으로 내 학력의 첫 줄을 장식할 초등학교의 이름을 결정할테니 신중하게 잘 뽑아야겠다, 와 같은 생각을 당연히 했을 리 없다. 50%의 확률이었는지 아니면 두 초등학교의 확률이 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한(?) 탁구공은 미안하게도 엄마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는 걸로 보였다.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탁구공과는 달리 뭔진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제는 대부분 희미해진 유년 시절의 기억이지만 당시 실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 보였던 엄마의 표정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다.




#2 선택할 때 떠올리는 단 하나

이렇게 내가 다닐 초등학교를 내가! 직접! 선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서 선택의 행위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물론 초등학교의 선택은 마치 '꽝'을 뽑은 듯한 시선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6년을 돌아보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비록 나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이후 그 결정에 단 한번도 아쉬워하거나 후회했던 적은 없었다.


태생적으로 우유부단한 성격을 타고난 듯한 느낌적인 느낌과 함께 점 보는 곳에서 사주라도 풀어보면 물 수(水)가 3개나 있어서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그래서일까 뭔가 결정해야 할 때 갈등과 번뇌의 수순을 생략하지 못하고 도돌이표를 찍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에 따른 시행착오의 보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뭔가 선택할 때 하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으면 쉽게 방향이 결정되곤 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





#3 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기에

선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그 선택지가 두 개든 그 이상이든 그 어떤 것도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어떤 선택이 결과론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보상이나 대가를 가져다 줄 있을진 몰라도 결코 그것이 수학공식에서 나오는 유일한 답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선택이 다른 선택을 불러오고, 그 선택이 다른 선택과 연결되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어떤 나비효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엇을 선택하든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10분만 더 누워있을지, 바로 일어나서 머리를 감을지... 차를 갖고 나갈지, 지하철에서 눈을 붙이며 출근할지... 어제 촬영한 사진 후보정을 먼저 할지, 밀린 원고부터 건드릴지... 이런 일상 속 평범한 선택에서부터 진로나 배우자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이라는 글자 앞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순간까지 우리의 삶은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다. 신중해야 할 때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계산기를 두들기진 말자. 웃을 일 있으면 울 일이 기다리고 있고, 힘든 시간 보내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게 우리 인생이니깐...


PS. 그래도 아직 메뉴판 보면서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건 여전히,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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