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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용 지민파파 Jan 22. 2019

육군참모총장과 병사의 하이파이브

참모총장님~ 주먹 한번 부딪혀 주시겠습니까!

포토그래퍼는 한 컷의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그 한 컷을 담기까지의 상황을 돌아보면 무척 많은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치밀한 계산 끝에 원하는 사진을 담기도 하지만, 소위 얻어걸리는(?) 행운이 따를 때도 있고요.
이번 매거진에서는 최종 한 컷을 담는 동안 일어나는, 사진 이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지난해 11월 7일(수) 국방부 내 육군회관에서는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병사가 주도하는 세미나로는 아마도 군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자리에서 육군 전력의 주축인 병사들은 육군 정책과 관련해 장군들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세미나에는 용사 78명과 함께 무려 장군만 31명이 참석할 정도로 '별'들이 '빛나는'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 저에게는 고민 하나가 있었으니... 육군지 12월호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과연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육군지 12월호 표지안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님과 병사가 나란히 주먹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사진으로 '장군과 용사는 전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날 행사 일정이 육군지 표지를 위해 별도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관계자들과 동선과 시간을 급하게 조율해 보려고 했지만 동백홀에서 육군참모총장, 국방위원장,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 등이 티타임을 가진 후 태극홀 앞에 마련된 포토전에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1~2분이 전부였습니다.


저만 촬영한다면 모를까, 다른 언론과 매체의 사진기자들과 함께 촬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표지컷을 촬영한다는 건 무척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포토존에는 육군참모총장, 국방위원장, 세미나 발표용사들, 1·3군 사령관, 2작전사령관, 자문위원 등이 나란히 서다 보니 단독으로 두 사람만 촬영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거든요.




촬영 전 사진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단체사진 촬영 후, 참모총장님과 용사 한 명의 하이파이브 모습을 찍기 위해서 앞에 나가서 찍겠다고 말이죠. 일단 단체사진은 다들 포토라인을 지키며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총장님~ 주먹 부딪히면서 카메라 한번 봐주세요..."

"총장님~ 이번엔 장병과 마주보며 미소 한번 지어주시고요..."


이어서 참모총장님에게 옆에 있는 병사와 하이파이브를 부탁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돌발 포즈 요청에 두 당사자는 물론, 주변의 인원들까지 조금 놀라는 눈치였지만 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국방위원장님이 "아~ 그럼 우리도 다 같이?"라며 포즈를 잡는 바람에 찍을 수도, 안 찍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요.


참모총장님과 병사의 하이파이브 장면이 나오자 뒤에 있던 사진기자들도 동요(?)하며 포토라인이 무너졌습니다.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보니 먹잇감을 발견한 독수리처럼 달려들지 않을 수 없었겠죠.


결과물을 보니 표정은 괜찮아 보였지만 우려했던 앵글이 문제였습니다. 이 사진으로 나가야 한다면 누끼를 따서 두 사람만 나오게 할 수도 있겠지만 포토그래퍼 입장에서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고요. 언론 릴리즈를 위해서 이후 행사 주요 스케치 사진과 함께 송고한 후, 기회를 엿보기로 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바로 퇴장하지 않고 참석한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참모총장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때다~ 싶더군요. <우리는 전우입니다>라는 발제문으로 이날 행사의 막을 올린 안정근 일병을 참모총장님의 파트너로 캐스팅 완료!


"총장님~ 환하게 웃어주세요..."

"총장님~ 이번엔 부드러운 미소..."


자칫 번거로울 수 있는 요청이었지만 포토그래퍼가 만족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포즈를 취한 참모총장님 덕분에 육군지 12월호 표지는 이렇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대상에게 사진과 관련된 뭔가를 부탁했을 때, 그들이 보인 대부분의 반응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문턱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편하게 와서 이야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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