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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06. 2022

코펜하겐, 티볼리 가든

여행의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LkHztUGllkc&pp=ugMICgJrbxABGAE%3D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가 있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동물원, ROSENBORG CASTLE, 왕궁, 시청, NYHAVIN, 보타닉 가든 등등. 참 볼게 많다고 해서, 미리 유튜브로 다 보고 갔다. 우리 가족은 코펜하겐에서 이틀을 지내고 바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넘아가야 했기 때문에 첫날부터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티볼리 놀이공원에 집중했다. 초딩 아들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코펜하겐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티볼리 가든은 애버랜드, 롯데월드, 디즈니랜드만큼이나 설레는 풍경이었다. 북유럽풍 놀이공원은 어떨까? 호기심이 만발했다.


코펜하겐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의 짐을 풀고, 야간개장까지 놀 마음으로 내일 아침을 간단히 해먹을 장까지 미리 봐 놓고, 준비완료 후 티볼리 가든으로 출발.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만원 넘덴마크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코펜하겐 카드로 무료입장(자유이용권은 한화로 인당 3만원 정도 더 내야한다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이 가능한 티볼리는 우리의 여행 첫날을 즐겁게 해 줄 최상의 선택일 것이다.

놀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웅장하게 높이 나는 그네. 에고고~~ 약심장인 나는 못 탈 거 같은데, 해발 2000미터에서도 겁 없이 뛰어내리며 페러글라이딩도 즐기는 강심장을 가진 부자는 저걸 타려나 했더니만, 기다리는 줄이 길다는 핑계를 다. ㅎㅎㅎ 남편이랑 아들도 저 공중 그네는 무서운가? 속으로 나는 좋아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티볼리 공원은 디즈니랜드를 만드는데 영감을 주었단다. 세계 최초의 놀이 공원답게 세계 최초의 롤러코스터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oaFuX8ggw

이 세계 최초의 목조로 된 롤러코스터는 수동이다.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해야 굴러간다는 사실. 놀이기구에 운전기사가 함께 탑승한다.

'놀이기구 기사님은 이 롤러코스터를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탈까? 수십 번 아니 한 백번쯤을 타야 할텐데... 수동으로 움직이는 100년 된 구닥다리 롤로코스터, 하나도 안 무섭겠네' 속으로 생각하는 순간. 악~~~~~~~~~~~~~~~~~~~~~~~

생각보다 꽤 무섭다는.ㅜㅜ. 100년 전에 이걸 탄 사람들은 진짜 미쳤겠구나! 이런 기괴한 물건을 처음 타봤을 19세기의 덴마크 사람들의 경탄에 지내가 올라탄듯했다.

한번 더 놀것은 이 놀이 기구 기사님은 놀이기구가 급하강을 하는 그 순간. 무중력의 공포를 가볍게 날려 버리며 고객 서비스인지 그만의 삶의 긍정인지 알수 없지만, 그 짧은 순간에 기사 댄스타임을 선사한다는 사실이다.

100년 된 수동 놀이기구가 너무 스릴 있어서 놀라고,  수동 놀이기구를 운전하는 기사님 일을 즐기는 삶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다. 어찌 이런 신기한 경험이 있나! 놀이기구에서 내리며 이름도 모르는 그 기사님께 양손 엄지척을 연발하며, 경의를 표했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많이 타면 맥주로 목을 좀 축여줘야 한다. 나는 살면서 술을 정말 안 마셨었다. 마흔이 넘도록 술맛을 몰랐다. 그냥 맨 정신으로 사는 게 좋았다.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술 취한 정신으로 사나? 마흔살이 되기 전 나의 인생은 모토는 '정신 차리고 살자'였나 보다. 그러던 내가. 남편이 준 달콤한 휴직을  쏙쏙 까먹으면서 술맛을 알았다. 아마 그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어느 타파스 집에서 였다. 대낮부터 점심에 반주로 클라라(레몬맥주)를 홀짝거리며, '이 입에 찹찹 달라붙는 술이네' 했었다. 그러다가 샹그릴라로 넘어가 또 홀짝홀짝. 은근히 도수 센 술인지도 모르고 계속 홀짝홀짝 마셨다.

스페인 음식은 어쩜 하나같이 다 맛있다. 스페인 여행 가서 맛없게 먹은 음식은 없다. 정말 스페인은 다 맛있다. 이 말에는 술까지 포함되어 있다. 진정 술맛을 그때 느꼈다. '아~' 사람들이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르셀로나 거리를 큰 갈지자는 아니고 살짝 갈 지자로 걷다가 하늘이 너무 핑 그그그 돌아서, 지나가다 보이던 스타벅스 테라스 한쪽 자리에 엎드려 버렸었다. 옆에 있던 남편 곰돌이가 안 되겠다며, 호텔로 돌아 가자 했었다. 스페인은 어차피 에스타가 있어서 조금 있으면 상점들 다 문을 닫을 테니. 호텔에 가서 한 숨자고 나와 밤에 다시 놀자는 꿀 같은 말을 듣는 순간.

이렇게 대낮에 낮술을 마시고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서 한 숨 늘어지게 자고, 밤이 되면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어메이징한 나라가 있다니.

나는 그날, 진정 술맛을 알았다. 술이란 긴장의 이완이며 삶의 여유라는 사실을. 내가 술맛을 몰랐다는 것은 그 만큼이나 삶의 여유를 누릴 줄 몰랐다는 사실이었음을.

스웨덴 여행기를 쓰는데 갑자기 스페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이런이런. 각설하고, 암튼 내가 진정 낮술의 맛을 안 날의 이야기를 여기좀 첨언했다고 하자.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업 앤 다운이 심한 빡센 놀이기구 종류를 10년 만인가. 너무 오랜만에 탔더니만 속이 울렁웅렁거렸다. 속도 좀 진정하고 북유럽풍 놀이공원 가든도 좀 즐길 겸 뱃놀이를 다. 티볼리 가든 안에 있는 작은 호수에 배를 띄어 놓고 아이와 부모, 연인, 부부, 친구 할 것 없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만 모인듯한 무드, 이곳의 밤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등불을 켤 줄 아는 사람들 함께하는 느낌이다. 따뜻하고 온화한 불빛과 향긋한 풀냄새가 가득한 보타닉 가든에 바람이 살랑 불면 잔잔한 파도가 술렁이며 뱃놀이에 리듬이 실린다. 사람들의 마음도 두둥실 즐거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아는 듯, 가든에도 사람들의 마음에도 하나, 둘 불빛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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