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나는 일부러 탁심으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니샨타쉬로 건너가기도 한다. 탁심도 가고 싶고 니샨타쉬고 가고 싶을 때 보통 이런다. 탁심 광장에서 게지 공원 옆으로 공원 길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길을 이용하면 탁심의 혼잡함과 자동차 소음을 피해서 산책하듯이 터키의 청담동이라는 니샨타쉬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고양이는 서점에서 밥을 동냥하나 보다, 이스탄불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밥 얻어먹는 거리의 가게 하나씩은 가지고 산다.
터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는 니샨타쉬를 참새가 방앗간 찾듯 드나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스시집과 서점이 이스탄불에서 오직 니샨타쉬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스탄불에서 제대로 된 일식당은 몇 안된다. 니샨타쉬에서 잘 숙성된 Toro 한 점을 입에 넣을 때마다, 외국에 사는 불편함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조금 잊을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이스탄불에서 나를 위로하는 아이템은 책. 한국어 책은 없지만, 영어책은 충분히 보고 살 수 있다. 내 실력으로 읽을 수 있는 영어책은 보통 청소년 소설이나 나와 아이가 같이 볼 수 있는 책들 뿐이지만 책은 역시 서점에서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저것 뒤져가며 제일 마음에 드는 한 권을 pick 해서 집으로 들고 와야 서점을 즐기는 맛이 있다.
한국에 살 때 내가 즐기던 좋아하는 일들을 거주지를 이스탄불로 옮긴 후론 여기 방식에 맞게 즐겨야 했다. 한국 책이 없으면 영어책을 읽고, 내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아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다. 도전해 봐야, 경험해 봐야, 그리고 차선과 타협할 줄 알아야 아쉬운 데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다. 해외 생활이 그렇다.
탁심에서 니샨타쉬를 넘어오는 산책길부터 나와 이 선생은 어김없이 긴 수다의 연장이었다. 별별 사소한 얘기부터 거대 담론까지. 주저리주저리 피어나는 우리의 수다 꽃 한 다발 덕에, 산책부터 로스팅 커피 하우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뿐이데 3시간이나 지체해 버렸다. 아직 점심도 안 먹었는데 또 시간이 모자란다. 글도 사진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밥도 중요한 사람들이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밥부터 먹자. 오늘은 특별히 제일 좋아하는 일식집을 뒤로한다.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 보자는 우리 만남의 취지에 따라 또 다른 니샨타쉬 맛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니샨타쉬에 올 때마다 일식집에 밀려 늘 후순위였던, 코로나 이후 처음이니 나는 2년 만에 와 보는 아나톨리안식 터키 레스토랑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늑하고 고풍스럽고 왠지 몸에도 좋을 것 같은 터키식을 파는 레스토랑인데, 여기 니샨타쉬 사는 아저씨들이 엄청 많이 온다. 올 때마다 아저씨들이 한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고 보니, 둘이 많이도 먹었다. 메르지멕 초르바부터 본식 5~6가지에 카이막까지 올린 저 달다구리 모과정과 디저트까지 깨알같이 놓치지 않고 옹골차게 골라 먹은 우리. 글과 사진은 두 번째로 중요하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우리는 먹고 수다 떨라고 만나는 게 분명해.ㅎㅎ 뭐 아무렴 어떤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친구와 수다가 느러지는 건 당연지사지. 게다가 여기는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교차하고, 로마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1500년 도시, 콘스탄티노플 그리고 이스탄불이 아니던가? 이 보다 더 충분할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나 배 터지게 먹고도 소화시킬 걱정 없이, 니샨타쉬 골목길을 산책길 삼아, 아주 골목길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다 벡쉬타쉬 선착장에서 헤어졌다. 언제나 우리의 헤어짐은 페리 선착장에 앞에서다. 나는 아시아 사이드 참르자로, 이 선생은 유럽 사이드 구시가지 파티흐로, 페리 선착장 앞에 서면 늘 "안녕"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