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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08. 2022

코펜하겐 보다는 싼 스톡홀름

여행의 이유

북유럽은 물가가 비싸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커피 한 잔, 샌드위치 하나를 사 먹으려 해도 후들후들한 가격을 새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가 북유럽 주변 국가들이다. 나처럼 한국에 비하면 절반은 싼 물가로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실감할 것이다. 나의 일상 물가 대비 대략 4배 정도 비싼 북유럽을 여행하려면, 가기 전부터 돈 계산을 철철히 할 수밖에 없었다.

덴마크 통화 크로네 1은 스웨덴 통화 크로나의 1.4배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덴마크 코펜하겐 보다 스웨덴 스톡홀름이 30~40% 물가가 더 저렴하다. 같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더라도 스톡홀름에서 8,000원에 마실 수 있다면 코펜하겐에서는 11,000원은 주어야 마실수 있다는 말이다.

코펜하겐에서 우리는, 숙박은 에어비엔비를 잡았고, 먹고 마시는 것은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직접 해먹었다. 

편의점 물이 한 병에 5천원, 오픈 샌드위치는 한 개에 3만원이다. 간식이나 음료도 싼 마트에서 구입해서 각자 가방에 싸들고 다닐 정도였고, 여행자를 위한 온갖 할인 쿠폰을 총동원해서 놀거리를 구해야 했다. 한마디로 돈 계산이 모든 것의 우선인 여행을 해야 했다.


그러다 이틀 만에 넘어 간 스웨덴 스톡홀름.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물가이지만 덴마크 코펜하겐보다는 숨통이 좀 트였다. 더 낮은 물가는 바로 우리에게 안락함을 선사했다. 숙박은 라운지를 갖춘 호텔에 묵을 수 있었고, 먹는 것도 외식이 가능해졌며, 굳이 음료나 아이를 위한 간식을 가방에 질머 지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이제야 스톡홀름 상가의 사고싶은 물건들도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Ganni, L:A BRUKET, Acne Studio, ROYAL COPENHAGEN, ARTKE, TOTEM 등 북유럽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디자인 제품력도 우수해 보였다. Ganni나 ROYAL COPENHAGEN은 덴마크의 고유 브랜드임에도 환율 격차 때문에 스웨덴에 스톡홀름이 더 저렴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번 여행의 대부분의 쇼핑을 스톡홀름에서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스톡홀름 감라스탄 지역, 쇼핑 거리로 나가면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즐비하다. 물론 한국에도 서울에는 입점이 되어 있는 것들이 많지만 현지에는 새로운 물건 구비되어고 있고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으니, 내 여행의 이유에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쇼핑 당연히 포함된다.


구미가 당기는 브랜드들이 내 눈에 마구 들오니, 북유럽 감성을 소유하고 싶어 진다. 인간에게 소유 욕구란 당연한 본능이니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갖는다는 것은 곧 기쁨이기까. 최근에 나내 재정 상황에서 가능한 소비라면 꽤 관대하게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다만 나만의 미니멀한 소비 패턴이 어느 정도 정립되고 나니, 여행에서 내 주머니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열리지 않는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를 다각도로 점검해 보고 질적으로 구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여행에서 건져 오는 물건은 여행을 기념하는 구즈들이나 오랫동안 고심해서 구매하는 값이 좀 나가는 물건 한 가지 품목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는 나에게 꼭 필요하고, 품질과 디자인 우수하며, 가격도 그렇게 심히 비싸지 않은 물건이 많았다. 전에 북유럽 사람들은 명품보다는 디자인과 제품력이 뛰어나고 실용적인 중가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스웨덴 사람들의 소 패턴이 스톡홀름 상점가 거리에서도 묻어나는 느낌이다. 나도 요즘, 대다수가 원하는, 누구나 욕망하는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내 감성을 자극하는 귀엽고 실용적인 아이템이 더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느껴졌다. 스톡홀름은 이런 나의 니즈와 맞는 도시였다. 마음에 쏙 드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 미리 서치를 조금 하고, 구글링으로 열심히 거리를 뒤지고 다녔다.


나의 동선을 몇 군데 소개하자면, 거의 신상 같은 아크네 스튜디오의 제품을 아웃렛만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아크네 아카이브,

https://goo.gl/maps/XmJMeznd1jQ8N9iT7


그리고 L:A BRUKET에서는 천연 허브와 오일을 원료로 한 스킨케어 제품을 판다.

L:A BRUKET에서 립밤을 사고 나오는 길에 드는 생각 한 조각, '이 립밤 하나 참, 별거 아닌데, 올 겨우내 내 입술을 촉촉하게 지켜줄 것만 같다'.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찬 바람을 맞은 입술은 건조해질 것이다. 립밤 뚜껑을 열 때마다, 천연의 허브향이 코끝에 살짝 와 닫는 상쾌한 기분이 들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찬 공기에 빠짝 긴장한 입술에 부드러운 밤을 한 번씩 둥글릴 때마다 스톡홀름 거리 한 켠의 정취를 소환하며 흡족해할 내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프루스트가 마들렌 향기를 통해 과거를 소환했던 것처럼. 건조한 입술을 달랠 때마다 나를 스톡홀름의 거리 한 모퉁이로 소환할 만한 쨍한 허브향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많은 스톡홀름이지만 돌아갈 때가 되면 언제나 내 집은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곳이 되는 법. 우리 가족의 비행을 책임지고 있는, 싸고 나쁘지 않은 저가 항공, 페가수수사의 비행기가 이스탄불 사비아 굑첸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내가 달려간 곳은 세상에서 가장 싼 이스탄불 스타벅스였다.

북유럽의 1/4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목구멍을 적시고 나니, 심신이 안정된다고 해야 할까? 매일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25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는 나에게 집에 왔다는 안도감 그 이상이었다.

스벅 커피가 2500원이라는 사실은 일상의 여유를 의미했다.


나는 저 내가 사는 생태계 연결되어 살아가는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또 한 번의 여행이었다. 이런 점에서 여행의 이유는 늘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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