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Sep 09. 2022

콜로세움인가 도서관인가?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

여행의 이유


내가 반했던 스톡홀름 최고의 장소는
바로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이다.

https://goo.gl/maps/QXj9shEJyam6Tb6r7

1928년 스웨덴의 국민 건축가라는 군나르 아스푸란드가 건축한 이 도서관은 세계에서도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에 있을 때 책과 도서관은 나에게 놀이 공간이었다.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장소, 오래 있어도 질리지 않는 놀이터였다. 그래서 여행지에 도서관이 있다면 현지 도서관을 가보곤 했는데,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막힌 공간이다.


일본 사가현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알게 되어 가 본 적이 있다. 모던한 건축물의 외형도 돋보였지만 서점과 스타벅스가 함께 있는 도서관이 신선했다.


조용한 자료실에서 종이 사각거리는 것도 다른 사람을 거슬리게 하지 않을까 주의하는 우리나라 도서관과 다르게 개방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책을 살 수도 있는 도서관이 있다니 신기했다.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다케오 도서관의 분위기가 좋아, 다른 일정을 미루고  커피를 시켜 놓고,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 책을 이 책 저 책을 뒤져 보며 호기심을 채웠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나는 일본어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이런 그림책을 한 권 사왔다.

여행 기념으로 책을 사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 이스탄불에서 일본은 너무 멀기 때문에 지금은 가기 힘든 나라가 되었지만, 가끔 일본 여행이 그리울 때, 일본풍 일러스트가 가득한 이 책을 꺼내 들면 그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일본에 다녀온 듯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 다케오 도서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기분 좋은 도서관을 스톡홀름에서 발견한 것이다. 겉에서 보기에도 웅장한 외관을 하고 있는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은 내부로 들어가야 그 진가를 비로소  알 수 있다. 천고가 매우 높은 원형 자료실은 서가를 3층으로 나누어서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데, 높은 천고 벽면을 책으로 가득 둘러싼 대신 단을 나누고 층계를 두어 책에 접근하기 편한 서가 구조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유럽의 건축 양식 원형 경기장을 간결하게 표현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로마의 콜로세움같은 공간에 관중을 완벽하게 책으로 둘러 싼 모습, 그리고 안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지금은 칼과 방패로 살아남는 시대가 아닌 지식과 정보로 겨루는 시대임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우리나라 파주의 지혜의 숲이 생각났다. 어떤 이는 파주 지혜의 숲을 서점과 도서관의 중간 형태라며 호평을 하기도 한다지만 책무덤이라 혹평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내가 보기도 여기는 책을 향유하는 공간이 아니다. 책을 손에 잡을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책은 그저 장식물에 불과하다. 여기는 책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의 중심이라는 파주에서, 학자들이 기증한 20만 권의 장서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를 오픈했다니(?)

휴~ 인터넷 기사를 보고 있나는 한숨만 나왔다.

                                                                                                           출처: 연합 뉴스 사진 자료.


학자들이 수학기간 동안 모아 온 책을 대중이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저 멀리 손에 닿지 않은 곳에, 제목도 희미해져서 이지 않는 저 높은 곳에 가져다 놓으면 어쩌자는 것인지. 그저 책을 보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로 비친다. 우리나라 출판과 독서 문화를 선도한다는 지혜의 숲에서 이렇게 해 놓은 모양을 보고, 마냥 속상했던 지난 기억이 나를 스쳤다.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이 얼마나 매력적인 공간인가를 이야기를 하려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다. 책과 도서관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우리나라에도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 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홀딱 반할만한 도서관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 코펜하겐 보다는 싼 스톡홀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