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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07. 2022

위스퀴다르에서 벡쉬타시

두 여자의 일상 여행

위스퀴다르 선착장에 서면,
바다 건너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스탄불의 날씨는 원래 여우랑 호랑이랑 시집 장가가듯,  순식간에 비가 왔다가도 개이고 금세 다시 소나기가 오고, 늘 그런다. 오랜만에 벡쉬타시에서 이 선생과 약속을 잡은지라, 레인 코트 챙겨 입고, 플라이탁 가방에 우산을 급히 쑤셔 넣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본업이 가이드인 이 선생은 여행업 개시로 이제는 너무 바쁜 사람이 되었다. 모처럼 시간이 맞길래, 집에서 노는 내가 얼른 유럽 사이드를 넘어 가 보기로 했다. 아시아 사이드 우리 집에서 유럽 사이드를 넘어가려면 페리를 타야 한다. 우중충한 날씨가 싫긴 하지만 이런 날 페리를 타면, 구름은 아주 멋지다. 낮게 뜬 먹구름이 뭉게 뭉게 뭉쳐있는 사이로 햇살이 쨍하니 쏟아지는데, 넘실거리는 파도의 리듬을 따라 페리에 몸을 싣고 구름 구경만 해도, 추적거리는 날씨에 집 밖으로 나온 보람이 있다.


위스퀴다르 선착장에서 벡쉬타시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데, 페리를 타고 보스포로스를 건너는 일은 아직도 나에게 여행 같다. 내가, 이스탄불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시간. 특히 위스퀴다르에서 보스포로스 뷰는 말로 다하면 입이 아프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 지인이 여행을 왔다면 마지막 날 이곳에 오기를 추천할 것이다. 이스탄불를 이곳 저곳을 각각 경험해 본 후, 마지막 날 총정리하는 기분으로 위스퀴다르에서 파노라마 뷰로 보스포로스 라인을 감상을 한다면, 내가 왜 위스퀴다르 뷰가 최고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보스포로스 해안 라인을 감상하다고 싶다면 위스퀴다르로!!


구시가지의 하기아 소피아와 톱카프 궁전에서부터 돌마바흐체 궁전까지. 유럽 사이드를 한 눈에 보려면 반대편인 아시아 사이드 위스퀴다르에서 봐야한다.


그래서 그런지 위스퀴다르 처녀의 탑에는 늘 이스탄불의 젊은이들이 많다. 특히 연애하는 커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여기가 이스탄불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장소라는 얘기. 연인과 속삭이기 좋은 장소라는 것이다.



벡쉬타시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돌마바흐체 궁전이 나온다.

오늘은 돌마바흐체 궁전을 거느리며, 오스만 시대의 귀족처럼 에프터눈티나 마셔 볼까? ㅎㅎ



궁전을 거느리고만 있어도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

오랜만에 이 선생과 수다 타임을 기대하며기분이 벌써 좋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우리는 만나면 늘 말이 많다. 대화의 깊이도 깊고 넓다. 이스탄불에 맛집부터 역사, 문화, 종교까지, 서로 읽은 책을 늘어놓으며 할 이야기도 많다. 우리는 만나면 늘 책을 써야 할 것 같이 서로 아는 것을 늘어놓고 생각을 공유한다.


언젠가 정말 의기투합해서 이스탄불에 관한 책을 쓸 날이 오려나? 둘이 먹고 논 시간이 얼마인가? 쓴 돈을 또 얼마인가? 함께 이스탄불에서 더 잘 놀아 보겠다며, 지도를 펴 놓고 코스를 짜서 놀지 않았던가? 책 한 권이 나오고도 남을 날들을 함께 보낸 우리. 마스크를 쓰고 셧다운이 풀리자마자 싸돌아다닌 사이. ㅎㅎㅎ 지금은 다 정리가 안 된다. 차차, 하도록 하자.


이 선생은 지금 '물 들어올 때 노 젓어야 한다'라고 연일 성업인 투어 일정에 몸이 2개라도 모자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나는 나대로 공무원 복직을 해야 하나 말아야 몸은 한가한데 마음은 복잡하다. 결국 우리 대화의 끝은 오늘 하루 알차게 먹고 살며, 결전에 그날을 대비하자로 귀결된다.


하는 일도 없이 괜히 바쁜 나, 진짜 바쁜 이 선생. 요즘 우리는 타이밍이 안 맞는다. 그래도 오늘은 하루 잘 놀았다. 나는 늘 잘 놀지만 오늘은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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