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면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딱 일 년이 된다.
6년 전,
브런치작가 신청에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나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포기했었다.
그런데
난 어떻게 브런치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고, 또 계속 쓰고 싶은 것일까.
초등학교 4학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고 쓴 독후감상문이 뽑혀 교내 아침 방송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읽었던 게 시작이었을까.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한 일기 쓰기는 나의 별것 아닌 일상도 어떻게든 쓰면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의 고민을 쏟아내면 그걸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후였을까.
고등학교 앨범의 맨 뒷장에 실릴 글을
전교회장도 아니고 전교일등도 아닌 내가
졸업생 대표로 쓰게 된 후
여기저기 자랑하던 아빠의 그 표정 때문일까.
어쨌든 대학생이 되고 난 후부터 꽤나 자주 싸이월드 한편에 만들어 놓은 게시판이나 일기장에 긴 글을 쓰곤 했으니
이 모든 경험이 나의 글쓰기를 여기까지 오도록 만들었다고 봐야 하겠다.
오히려 타인으로부터 내 글을 제대로 평가를 받은 적 없기에 '난 누구보다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임신인지 모르고 내내 졸면서 들었던 대학원 문학수업에서 마지막 과제로 낸 시비평글이 아니었을까 한다.
계절학기 내내 "글을 잘 쓰려면 매일 공책 3장에 뭐라도 써봐."라는 교수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졸리는 잠을 참아가면 밤마다 글을 썼는데, 그 과제는 기숙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었다.
임신으로 휴학하게 되면서 난 한참 후에야 졸업을 하게 되었지만, 나를 통해 입학한 선생님이 다음 해 그 교수님께서 나를 무지 칭찬,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쓴 글을 정말 좋게 봤다는 말. 그래서 나를 찾으셨다는 말. 맨날 앞에서 졸아서 기대를 안 해서였을까. 어쨌든 글을 참 잘 썼다는 말. 계속 써야 한다는 말.을 흥분된 목소리로 전달하던 그 순간.
'그렇지,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어.'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일 년 간은 두꺼운 노트 한 권을 가득 채울 정도의 글이 모였다. 노트에 쓰기가 여의치 않을 때에도 아이가 자는 동안 인터넷 글쓰기에 몰입했었다. 동화든 기도문이든 일기든 뭐든 닥치는 대로 떠오르는 걸 썼으니.
글을 쓸 수 있다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썼고 또 썼다. 그때부터는 나에게 글쓰기는 내가 나를 인정해 주는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꽤 흐르고,
브런치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내 글이 다른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두 번째 경험이었으니까.
두 달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다 동시에 대한 글을 2월부터 쓰기 시작했고, 현재 22편의 글이 모였다.
이 공간은 나에게 무척이나 소중하다.
공적인, 매우 개방된 곳에 놓인 나의 글이기에 이전의 내 글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쓰는 자세를 배우는 중이다.
정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한 번 더 내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다 관종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 한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품위를 지켜 멋있게 말하고 싶다.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날 인정해 줄 수 있는 글을 쓰겠다."
마음껏 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나를 써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나의 글쓰기의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