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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Nov 02. 2021

10월의 기록

2021년 10월

#6권의 책, 1편의 영화, 1편의 드라마, 1편의 전시


'독서에는 (자기 개발서는 제외하고) 편식 없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는데 각 장르마다 읽는 속도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에세이는 책장이 빨리 넘어가고, 소설이나 시는 확실히 더디게 넘어간다. 문학에서 정체되니 인문이니 사회과학 책들은 순번이 오지 않아 꺼내보지도 못하고 한 달이 지나갔다. 이번 달 읽은 책 6권 중에 에세이만 5권. 언젠가 유명한 북투버가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 단, 체력이 안돼서 책을 읽지 못할 수는 있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을 100% 공감했는데, 공감과 실행은 다른 문제인지 그 이후에는 심지어 '그걸 알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요즘의 나는 그때보다 더 나이가 들었지만 '시간이 없다'라는 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자는 사람, 두 번째는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람. 노약자석에 앉은 노인들을 제외하면 거의 둘 중 하나다.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보면 대부분 SNS나 포털사이트를 의미 없이 스크롤하는 게 대부분이다. 문자의 시대를 넘고 이미지의 시대를 넘어 영상의 시대가 된 만큼 종이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찾기란 어렵다. 한 때는 종이책을 들고 출근길을 나선 적이 있지만, 지하철에서는 책장을 넘기기조차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휴대폰으로 E-Book을 읽게 되었고 출퇴근 시간에 읽는 양은 꽤 된다. 아직 그 정도 체력은 되나 보다.


#새로운 시작, 익숙한 반복


분명히 새로운 시작을 했는데, 새로움은 빠르게 적응되고 익숙함이 반복된다. 언젠가, 어디선가 겪었던 그 일들이 그대로 재현된다. 데자뷔인가 싶을 정도로 똑 닮은, 그날이 오늘이고 오늘이 그날인듯한 착각. 빠른 적응 다음에 힘찬 도약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무료함과 나태함이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있겠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적응은 늦출지 몰라도 새로움을 잃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낯설게 바라보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나는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다. 그 불편함이 나를 굳어버리지 않도록 살살 휘젓는 듯한 느낌이 좋다. 지난 몇 주간 신고식처럼 지나간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제야 끝난 듯하다. 또 몇 개의 사건들과 몇 번의 고비와 멘털이 무너지는 일도 몇 번 겪겠지만 그것조차도 반복은 아닌지 모르겠다. 새롭지만 익숙한 반복.


#따릉이


무슨 생각이었을까. 호기롭게 한 달권을 결제한 것은. 날씨도 선선하고 자전거 타기 좋은 시기니까 어디든 타고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물론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10월에 불어올 폭풍같은 변화를. 심지어 한 달권을 끊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고 10월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보니,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딱 한 번 따릉이를 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5번은 타야 본전인데...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따릉이를 좀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보니 저녁에 자전거 타기는 좀 추운 감이 있는 것 같고. 10월은 그런 달이었다. 10월 첫째 주까지도 에어컨을 켰었는데, 둘째 주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온수매트를 켜야 했다. 결국 올 가을에는 맨투맨-반바지 조합은 한 번도 입지 못했다. 그리고 10월 말에는 출근길에 롱 패딩을 입은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변화무쌍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라이더 재킷을 갖고 있던 적이 있었는데 10월쯤에 꺼내 입으면 며칠은 속에 땀이 찰 정도로 너무 덥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차가워서 입을 수가 없었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단 3일 정도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늦겨울과 초봄 사이에도 3일 정도 입을 수 있으니 일 년에 6일 정도 입을 수 있다) 만약 올 가을에 라이더 재킷을 꺼냈다면 하루도 못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추운 날 라이더 재킷을 입고 입이 돌아갈 뻔 한 이후로 더 이상 라이더 재킷을 소유하지 않는다.) 점점 이렇게 가을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좀 슬프다. 가을이 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한 해의 남은 몇 개월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제는 여름이 끝나자마자 추위에 쫓겨 두꺼운 외투 속으로 빠져들지 모르겠다. 추운 날 아침에 이불속에서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누구나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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