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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Jun 01. 2023

휴식의 허락

내가 꿈꾸는 완벽한 휴식을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분명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내고

쉬는 시간을 갖고, 잠을 잔다.

하지만 그것을 휴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이 휴식이라면

왜 그 시간 동안 생각은 담쟁이덩굴처럼 끊임없이 자라나서

머릿속을 나와

베개를 휘감은 것으로도 모자라

온 벽과 천장을 뒤덮었을까.

자다가 문득 알 수 없는 움직임에 놀라 무서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건 생각의 덩굴이 자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덩굴이 갑자기 심장을 움켜쥐거나

목을 조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 몸을 일으키며 들었던 소리는

어딘가에 붙어있던 덩굴이 우두둑 떨어지는 소리였나.


어제도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암막커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을 가져왔지만

생각의 덩굴은 어둠으로 광합성을 하는 듯

까만 밤에 더욱 왕성하게 자라나고

잠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선다.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다시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생각하고 따져봐야 할 일이 많아진다고.

미리 예상해야 할 일도

예상을 예상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

그 흐름에 벗어난 일과 그 흐름을 바꿀만한 일까지.


생각만으로 결과가 달라지지 않지만

생각하는 시간의 양만으로도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혼자만의 착각일 뿐.

상대는 전혀 속을 알 수 없고

오히려 항상 기습적인 공격을 해올 때가 많다.

마치 내가 간파당한 것처럼.

이런 싸움 때문에 피로는 풀리지 않고

여전히 지치고 힘들었던 걸까.

그래서 잠에서 깬다는 것은

밤새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몰아쉬는 한숨에 눈을 뜨는 것이었다.

휴식은 화려한 호텔이나

모든 것을 씻어낼 듯한 바다, 흙냄새 가득한 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휴식을 허락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다.

버리고, 지우고, 끊어내고, 단순화하는 것,

미리 겁먹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믿는 것.

완벽한 휴식은 여기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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