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이혼도 있네.. 부럽다
황정음씨가 얼마 전에 이혼했단 소식을 들었다.
그 뒤로 다행히 밝은 얼굴로
여기저기 드라마도 나오고, 유튜브, SNL도 나오고.
활발한 활동을 해서 나도 이혼녀인지라 좀 유심히 살펴봤다.
확실히, 평범한 이혼하곤 달랐다.
그녀한테는 정말 비극이겠으나,
(남편의 외도가 사실이라면 한 여자로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래도 그녀는 연예인이고, 집도 있고, 그녀를 받쳐주는 든든한
동료도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세월을 통해 좀 더 단단해져서
이혼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를 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괜스레 과거의 내가 참 안쓰럽고 불쌍했다.
나는 이혼했을 때 한국 나이 겨우 만 나이로 27.
집도 절도 없고, 회사는 그만둬서 백수 신세였거든.
대학원생이라는 타이틀 하나 겨우 붙잡고,
미래가 너무 막막했거든.
친구들한테 부끄러워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그렇게 외로운 성 안에서 혼자 싸웠거든.
저렇게 이혼할 수도 있구나.
저런 이혼도 있을 수 있구나.
다시 당당해지는데 9년이나 걸린 나에 비해
그녀는 너무 예쁘고, 당당했다.
저래도 되는 건데.
불필요하게 회복이란 미명아래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해버린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자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누가 그런 얘길 하더라.
자꾸 반성하지 말라고.
인생에 옳고 그른 게 어딨냐고.
반성하지 말고 성찰하라고.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가라고.
무심코 또 반성을 하려던 나는,
멈칫했다.
그래. 나는 그냥 그렇게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구나.
많이 아팠던만큼, 그만큼 더 깊어졌구나.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나눌 것도, 들려줄 얘기도 더 많구나.
나는 그냥 그 때. 많이 어렸던 거였을 뿐이고,
그래서 더 무섭고 막연한 게 당연한 거였구나.
그녀의 이혼 후 삶은 화려하고 당당한 대신
연예인이기에 프라이버시는 없었고,
나는 초라하고 힘들었으나,
그냥 나만의 세계로 숨어들 수 있는,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은 그 소망 그대로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을 수 있었으니.
완벽한 삶도, 완벽한 이혼도 없다.
그냥 잠깐 그녀가 부러웠던 그 순간에,
너무 힘들었던 내가 안쓰러워 스친 생각이다.
우리 이혼인들은, 좀 더. 당당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