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 170화 '손석구'배우 인터뷰 편
'나의 해방 일지'에서 구찌로, D.P에서 얄미운 대위로, 범죄도시 2에서는 악랄한 강해상 역을 맡으며 드라마, 영화에서 종횡무진했던 손석구 배우가 유 퀴즈에 출연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가장 길었던 인터뷰로 기억에 남는데 40분가량 진행되었던 손석구 배우의 인터뷰를 어제오늘 몇 번이나 다시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캡처를 해서 보관까지 해두었는데, 오늘의 나에게 꼭 필요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미술대학으로 유학, 이라크 파병, 농구선수로의 도전, 캐나다 연기학과를 지나 지금의 손석구가 되기까지의 걸음을 듣는데 참 인상 깊었다. 삶의 방향을 조정하고 도전하는데 거침이 없고, 그때그때 선택을 하고 또도전을 하며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모험을 했는지. 정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세상의 관심을 받기까지 지난한 노력들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35살의 나이에 앤디 워쇼스키 두 감독의 센스 8이라는 미국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서른다섯, 배우로서 발견되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손석구 배우를 보면 늦은 게 늦은 게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된다. 늦어도, 결국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생의 황금기를 한 번쯤은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다. 나의 인생에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한 사람이 살아온 걸음걸음과 매 순간의 시행착오로 깨달은 교훈이 또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느낀 어제의 구 씨 인터뷰. 나 또한 이런저런 도전과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끔은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와 무엇이 잘 맞는지 고민하느라 전진이 느리다고 스스로를 채근할 때가 있는데.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걸어가는 이 걸음을 신뢰하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지기까지, '왜 이렇게 빨리 잘 해내지 못하냐'라고 다그치기보다 천천씩, 하나씩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니까.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방향이 옳으면, 느려도 괜찮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나를 의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