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느지막이 일어나 4월의 첫 번째 월요일을 맞이했다.새 술은 새 부대에! 최대한 기분 좋게 하루를 맞이하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개운하게 씻고(?), 여름 같은 날씨에 어울릴 반팔과 셔츠를 툭 걸치고 집을 나섰다. 이미 14.5도에 이르는 온도는 오늘 오후 27도까지 치솟을 거라고 했으니, 반팔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화요일 오후,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비'예보가 있었다. 벚꽃이 절정인데 비가 온다고? 비가 보슬보슬 오겠지만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고? 미세먼지 이제 사라졌는데? 문득 억울했다. 꼭 이렇다. 좀 즐기려고 하면 비가 내리고, 하늘이 흐리고, 어떻게든 변수가 생긴다. 그럼 이럴 때 통제할 수 없는 것 때문에 투덜거리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월요일 오후의 반반차!
회사에 반반차라는 게 있다. 원래는 10시에서 6시까지 근무이지만 4시에 퇴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너무 소중한 반반차다. 고향에 내려갈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소중한 녀석이다. 그래서 아끼고 아껴쓰는데, 그런데 아낄 때 아껴야지. 오늘 같이 미세먼지 하나 없는 화창한 봄날이 기다리는데, 비가 오기 전에 마음껏 누리라며 이렇게 쨍한 하늘을 선물하는데 사무실에 앉아있기란, 오우노! 억울하다 억울해!
물론 맡은 일은 다 해내고 퇴근할 예정이다. 바쁜 시기가 지나고 지금은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라 나 하나 없다고 팀이, 회사가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과한 책임감은 넣어두고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먼저 챙기기로 한다.
오늘 늦게 나와서 글을 못쓰고 출근할 줄 알았는데, 10분이 귀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 핑계다, 핑계! 회사에 들어가 바로 반반차 결재를 올리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예정이다. 퇴근 후 좋아하는 공간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볼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덧대어 말하자면,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책을 읽은 것이 최근 들어가장 잘한 일이다. 내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게 아니라, 내 삶에 회사가 소속되어 있는 거다. 회사보다 내 인생이 먼저다. 까먹지 말기! 회사를위해 일하지 말고, 나를 위해 일하자!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