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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pr 13. 2023

글 쓰는 사람에게는 '입장'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어제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글에 관한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어제야 알았지만. 어쨌든 대표님이 현역에서 글을 쓰시는 분이기에 '글쓰기는 과연 뭘까?'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어제 나에게 깊이 남아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입장'이다. 글에는 쓰는 사람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보통 내 주변에만 봐도 친구들이 대체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에 있어서 소극적인 편이다. 타인에게 좋고 싫고를 분명히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게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생각하거나, 관계가 깨어질 것, 또는 상사에게 까일 것을 생각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요'라는 중립의 의견을 내비칠 때가 많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런 편이다. 회의를 할 때나, 친구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나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혹시 이 주장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비치게 할까 봐'라는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쓰는 사람이고, 누군가 읽히는 글, 팔리는 글도 써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은 왜 좋고, 어떤 브랜드를 좋아한다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싫어하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불편하다'는 애매한 말로 숨지 말고, 왜 싫은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좋아한다'라고 하는 것들에 있어서 '왜 좋은지'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얼버부리며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그게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물론 '그냥 좋은 것'도 있지만 정말 왜 좋은지도 모르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좋다'라고 여기는 순간들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러니까, 줏대라는 것을 좀 세워갈 필요,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당당함, 나의 입장이 필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분위기가 좋은 회사, 잘 굴러가는 회사의 중심에는 '회의'가 있다고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고, 누구의 주장도 뭉개지지 않는 자유가 있는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끼고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물론 이건 어떤 '상황적인 부분'이 받쳐주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전제가 깔리지만, '좋은 회의'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 나부터 시작해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내 주장을 하는 게 누군가에게 무례를 범하는 게 아닌데, 왜 내 사고방식의 한편에는 내 주장을 펼치는 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편을 끼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 이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한번 정리를 해보고 싶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정리를 해가다보면 내 삶이 조금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나이 서른셋. 이제서야 '입장정리'라는 걸 좀 해보려고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금 더 '뚜렷한'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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