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화, 수, 목, 금 모든 요일이 매 순간 중요하고 버릴 것이 없다. 다만 나에겐 '시작'을 의미하는 월요일이 가장 한 주의 컨디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월요일 아침은 모두에게 힘들지만 그날 단 하루만 나와 약속한 대로 하루를 잘 시작하면, 그다음 날부터는 아침이 수월하게 느껴진다.
가령, 일요일 저녁에 조금 일찍 잠들고 월요일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난다.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 후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그 다음 '사과와 당근, 양배추'를 갈아 넣은 착즙 주스를 한잔 꿀꺽하고 (는 아니고 숟가락으로 몇 스푼 떠서 먹고)모닝 샤워를 한 뒤 개운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시간을 딱 맞추지 않고 여유롭게 20분 정도 일찍 집을 나서서 회사에 조금 일찍 도착한 뒤 커피를 사서 자리에 앉아 숨을 가볍게 돌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하루의 문을 열면 그 뒤로는 '오늘 하루도 잘 시작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나마 월요일을 가볍게 이기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퇴근 후 주말 동안 찌뿌둥해진 몸을 풀러 운동을 가는 것까지가 중요하다. 복싱 두 달째. 늘 월요일이 고비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하지만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게 맞고 하지만 나는 늘 '말까'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월요일은 살아내는 것만으로 고생한 거야! 라며 '운동은 내일부터'를 외친다. 아마 내 삶이 망한다면, 아마 끝도 없이 미루는 이 습관 때문일 거다. 그렇다고 집에 일찍 가서 대단한 것을 하는 게 아니다. 저녁을 먹고, 씻고 난 뒤에 그저 좋아하는 프로를 보거나 읽고 쓰는 일이 다인데, 운동 다녀와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알면서도 월요일 퇴근길엔 유난히 포기가 쉽다. 그래서 그냥 눈 딱 감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 여기까지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하루의 루틴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기억이 안 나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은 꿈을 꾸다가 6시에 눈이 벌떡 떠졌다. 뭐 하다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꽤나 일찍 잠이 들었고 눈이 번쩍 떠졌다. 점점 해가 늦게 떠 밖은 깜깜하고, 어제 틀어놓은 보일러는 따뜻하고. 비몽사몽 하다가 다시 잠이 들어 깬 시간은 8시. 이미 나의 월요일 계획 하나가 어그러졌다. 굳이 안 자도 될 잠을 더 자서 피곤수치는 올라가고, 스트레칭을 건너 띄어 몸은 찌뿌둥하고, 어제 준비해 놓은 주스는 부랴부랴 밀어 넣어 소화는 안 되는 상태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부랴부랴 집을 나왔다. 아, 다행히도 운동복은 챙겼다(껄껄).
출근길 내내 멍한 채로 지하철에 올랐다. 오로지 커피, 커피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의 계획과 현실의 갭이 이렇게나 클 수가 있나? 문득 그런 내 꼴이 너무 우스웠다. 그렇게 멍하게 회사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동료 두 명을 만났다. 반가웠는데 반가움을 표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덜 깬 상태여서 할 말이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생각나는 것은 단 하나, '워케이션'. 오늘은 회사 밖에서 업무 하며 정신을 차리고 잠시 환기를 시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출근을 하자마자 워케이션을 선포하고 스타벅스에 앉았다. 콜드브루 아이스를 마시며 나의 오늘 아침을 돌아본다. 그리고 나의 아침을 다시 되돌리지 않으면 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내일 아침은 개운하게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월요일이 반인 것 같다. 월요일을 이기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