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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Dec 26. 2023

올해 총 일곱 번의 콘서트를 갔다.

어느덧 2023년의 끝자락을 지나며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시작했다. 올해의 유의미한 경험들을 정리하고, 내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계획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느덧 3년째 해오고 있는 회고. 매해 한다고 해서 엄청 대단한 변화를 느끼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어떤 걸 소중히 여기고, 어떤 것을 힘들어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다음엔 어디에 마음을 쏟고 살고 싶은지 정도는 알 수 있어서 계속해오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니까 붙잡아 두고 싶었다. 인간은 순간의 추억들로 먹고 산다는데 기록하지 않고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갈수록 기록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회고의 여러 가지 목록 중 '소비'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올해 가장 유의미한 소비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위한 소비였다. 살면서 간 모든 공연과 올해 간 공연의 횟수가 비슷할 만큼 참 많이 다녔다. 물론 공연 덕후들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올해 콘서트 티켓비용을 모두 합하면 백만 원 정도의 돈을 쓴 셈이다. 그리고 그 소비는 나에게 1원 1푼도 아깝지 않은 소비였다. 


5.26(금) Seoul jazz festival (올림픽 공원) 

- Sarah kang, ABIR, Tai Verdes, Mamas gun, Gregory porter 

6.17(토) Bruno Mars (서울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 

8.18(금) HONNE (KBS ARENA) 

9.16(토) Black Pink (고척돔) 

11.09(목) 샘김 & 권진아 (세종문화회관)  

12.16(토) 다비치 (장충체육관)

12.25(월) 크러쉬 (잠실실내체육관)

- 게스트 : Dynamic Duo


사람마다 자기 시간을 들여 열심히 번 돈을 자신의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쓴다. 누군가는 저축을 하고, 누군가는 자기계발 하는데 쓰고, 누군가는 주식이나 투자를 해서 자산을 불리는데 활용하거나, 누군가는 좋아하는 의류나 가방을 사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내 친구 중 한 명은 서핑과, 요가, 스페인어 공부, 여행 등에 소비를 하고, 또 한 명은 주식이나 투자에 자신의 돈을 쓰고, 또 다른 한 명은 맛있는 맛집이나 카페에 가거나 호캉스를 하는데 큰돈 쓰기도 한다. 미식의 경험을 쌓고, 좋은 공간을 향유하는 데에 거침이 없다. 이렇듯 자신의 소비를 깊이 들여다보면 '무엇에 마음을 쓰고 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고 하는데 올해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마음을 두고 사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누군가와 함께 듣는 그 순간을 참 좋아한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가장 먼저 공연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라이브'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좋은 음향을 갖춘 공연장의 드럼 킥과 베이스 소리가 심장을 울리고, 좋아하는 아티스티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질 때의 희열은 사실 말로 다 표현이 안된다.  그냥 '행복하다, 즐겁다, 기쁘다'라는 감정을 넘어선 그 '무언가'가 있는데 표현할 길이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행복한 사람들 틈에서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좋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향해 마음껏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좋아하는 이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아름다운 불빛으로 공연장을 함께 물들이며 낭만적인 순간을 목격하기도 하는 그 순간을 자주 느끼고 싶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사람들 틈으로 가라고 하지 않나. 나에게 그 행복의 공간이 바로 공연장이고, 가장 나답게 행복을 누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삼 일 전만 해도 젼혀 계획에 없던 크러쉬 콘서트.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한 가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떠오른다. 공연을 즐기던 중, 문득 '나, 잘 살고 있네?'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울컥했다. 거기에 정말 완벽한 하루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된 것도, 콘서트를 올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되어 내가 어렸을 때 바라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났다. 십오만육천 원이라는 돈으로 그 값어치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얻은 셈이다.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담은 크러쉬 콘서트를 돌려보고 다이다믹듀오 공연을 돌려보면서 어제의 여운을 최대한 느끼고 있다. 원래 콘서트는 다녀오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나는 그렇다). 내년에도 열심히 일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자주 많이 즐겨야지. 그리고 마음껏 나눠겠다고 다짐 또 다짐해본다. 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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