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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l 05. 2024

내가 정말 스위스에 왔... 구나?

1일 차 

꿈의 도시 스위스에 도착한 첫날. 장장 17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마주한 스위스의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맑은 하늘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국 전에도, 이스탄불 경유지에서도 확인한 스위스 날씨는 계속 '흐림'이었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 날씨가 흐리다고 우울할 거야 어쩔 거야. 그리고 흐린 게 그렇게 중요한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이곳에 왔는데.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곳에 내가 왔는데. 

오전 10시 30분. 스위스의 이른 아침은 무척이나 고요했지만 토요일 아침이어서인지 아침부터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현지인들이 맛있게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서 끼니부터 때워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밥집을 검색했다. 나는 먹는 것에 대단한 의지도, 꼭 여길 가야지 하는 집도 없었다. 다만 첫 끼니니까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취리히 맛집이라고 검색했고 제일 처음 발견한 'LA PASTA'라는 가게로 직진했다.

파스타 집으로 가는 길. 길을 가던 중에 멋진 언니들을 발견했다. 각자 스웨이드 재킷과 가죽재킷을 입고서 툭툭 걷는 언니들이 얼마나 멋지던지. 나도 저렇게 입으면 그런 분위기가 날까 싶은 상상에 잠시 빠졌다가, 저건 흉내 낼 수 없는 아우라라고 빠르게 판단한 뒤 계속해서 내 갈길을 걸었다. 

걷고 걷다 파스타 집에 도착.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좋다. 빨리 먹을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듣는 낯선 영어에 듣기 평가하던 실력을 발휘했고 다행히도 영어학부의 존심을 지켜가며 주문 완료. 기내식의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주문한 매콤한 볼로내제 파스타와, 직원 추천으로 미트볼을 주문했다. 음식이 정말 빠르게 나왔고, 입에 넣자마자 '와 미쳤네'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분명 느끼해야 하는 건데, 이게 무슨 일인가.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해치웠다. 직원이 추천해 준 미트볼이 신의 한 수였는데 파스타와 미트볼의 조화가 말도 안 되게 완벽했다. 이제 정신이 좀 차려지는 듯했다. '아, 진짜 스위스에 왔구나. 스위스에서 밥을 먹는구나. 내가 지금 영어를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국에서 출발해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스위스에 오기까지. 잔뜩 긴장한 채로 뭐라도 잃어버리지 않을까 가방을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 9년 만에 떠난 해외여행에다가 첫 유럽여행이라 유난히 더 떨리기도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취리히에 도착해 캐리어를 락커룸에 넣고 가벼운 몸으로 맛집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나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무사히 도착했구나'. 연차를 8일이나 쓰고서 의무감에서 떠나 자유를 선물한  자신에게 너무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든든히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취리히 도시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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