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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of Pi Sep 24. 2023

운동과 단상(斷想)

42. 시골, 국제도시 그리고 국제 시민

2023. 9. 23. 토요일 운동 42일 차


오늘은 운동 42일 차이자, 유산소 위주로 운동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헬스장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후 걸었습니다(하루 총 걸은 걸음 수는 15,990보입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몸이 운동하는 것 같다. 또는 훈◯◯◯.”이라는 등의 격려의 말을 가끔 듣고 있어 운동을 쉬지 않게 하는 동기가 됩니다.


운동을 하면서 오늘 본 외국인들을 생각합니다. 점심때쯤 들렸던 호텔에서도, 남대문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시장을 둘러보아도 그리고 시장에 있는 카페에 앉아 밖을 바라보아도 다양한 국적,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늘따라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쇼핑을 마치고 돌아갈 때 탄 버스에서 본 외국인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쇼핑 후 짐이 있어 택시를 타려고 했으나, 빈 택시가 보이지 않아 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정류장에서 강남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거의 만원(滿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승객들이 많았는데, 제 일행과 몇몇 한국인 외에는 전부 외국인 승객이었습니다.


만원이다 보니 버스 안은 다소 왁자지껄했는데, 왁자지껄한 언어 역시 다양했습니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등으로 말입니다. 제가 오히려 외국에 여행을 온 기분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한국은 처음이세요?, 어디 가세요?, 어디에서 내려요?, 용산구청이요?” 등등 이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나중에 보니 외국인들은 대부분 용산, 세빛섬에서 내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화다 국제화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제가 시골 중의 시골에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확실히 국제화시대라는 걸, 서울이 국제도시라는 것을 시장에서 그리고 버스에서 실감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 어떤 외국인의 조용한 “익스큐즈 미(excuse me)”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한 외국인이 정류장에 내려야 하는데, 버저를 누르지 않아 버스가 승객만 태우고 정류장을 떠나려는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 그 예의 있고 작은 소리의 “익스큐즈 미(excuse me)”가 버스 기사님께 들리지 않은 듯했습니다.


그래서 버스가 1~2m 정도 이동했을 때, 제가 기사님을 향해 말했습니다. “기사님!” 그러자 다행히도 눈치채신 기사님이 뒷문을 열어주셨고, 그 외국인이 미소를 띤 채 저를 바라보며 “땡큐(thank you)”하면서 내립니다. 그때 저는 그가 외국인이 아닌 같은 ‘국제 시민’으로 보였습니다. 국제화, 국제도시라는 개념이 아닌 그 안의 사람이 보인 것이지요.


뒤늦게나마 제가 국제도시 속의 한 ‘국제 시민’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오늘의 유산소 위주 운동을 마칩니다.




행동의 도덕성은 그것의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의존한다. 행동의 아름다움과 추, 그것의 사랑스러움과 그렇지 않음은 그런 것들에 관해서 증거가 될 수 있는 속성들에 의존한다. 따라서 거짓말은 잘못인데, 그 결과가 사람을 오도하고 그것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를 파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저열한데, 왜냐하면 거짓말은 진실을 말하는 것의 결과를 당당히 직면하지 못해서 나오는 비겁한 행동이거나, 자신의 목적을 정직한 수단으로 수행할 힘이 없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상 존 스튜어트 밀, 박상혁 옮김, 『존 스튜어트 밀의 윤리학 논고』, 아카넷, 2021, 91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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