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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수 Aug 05. 2019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의 책을 읽고


이 책은 기존의 경영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인의 삶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삶의 방향이 제대로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경영학의 이론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텐슨 교수는 자신의 경험과 경영 사례를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이론’은 너무나 많은 똑똑하고 선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인과관계의 메커니즘이다. 그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일에 대한 만족감은 매우 행복하거나 비참한 양 극단 사이에서 측정 가능하다는 전제는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만족과 불만은 별도의 독립된 기준이 있으며, 우리는 일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싫어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요인은 무얼까? 경영학에서는 인센티브 이론이 한동안 설득력이 있었다. 회사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보다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상식적으로 맞는 이론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외가 많아 맞는 이론이라 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자선단체나 비영리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민간기업에서 받는 급여보다 훨씬 적은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리더들은 없다. 그들에게 적은 보수가 불만일 수는 있지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지를 가진다.


새로운 이론은 일에 대한 만족감과 불만에 있어 독립적인 기준이 있다고 전제한다. 급여나 지위, 고용 안정성 등은 우리를 만족시키기보다 실망하고 슬프게 하는 위생 요인(Hygiene Factor)이다. 이것은 만족감을 높여주는 동기부여 요인(Motivation Factor)과 별개다. 급여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회사 내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모두 공개한다고 가정할 때 직원들이 ‘이 정도면 공평하네’라고 느끼는 정도가 최선이다.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다. 급여가 20-30% 올라도 몇 달 정도 기쁜 마음이 들겠지만 그때뿐이다. 동기부여 요인은 인정, 책임, 도전, 개인적 성장 등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며, 하고 있는 일 자체의 ‘본질적’ 조건에서 나온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보면, 구글의 임원을 지냈고 벤처 캐피털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 크리스 사카(Chris Sacca)는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을 벌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로 꼽히지만 실리콘밸리에 살지 않는다. 트러키(Truckee)라는 시골 마을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산다. 성공하기 전의 그는 매달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신세였지만 대도시와 고층빌딩, 서류더미, 회의에서의 탈출을 선택했다. 참석하고 싶지 않은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벗어났다. 대신 그의 통나무집은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젊고 유망한 창업가들이 창조적 아이디어 구상을 돕는 아지트가 되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중요한 가치에 대해 마음껏 대화하였고, 이러한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었다.



“전략은 성취하고 싶은 목표와 성취하는 방법을 말한다.(중략) 전략은 사업계획으로 구체화되고 몇 개의 중요한 전제들에서 시작된다.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를 알아보려면 그 전제들이 실제 사실과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디즈니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그리고 도쿄에 테마파크를 만들어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파리 외곽에 세운 네 번째는 처음 2년간 5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왜 그런 결과를 낳았을까? 테마파크의 사업 타당성은 얼마나 많은 방문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주위의 인구밀도, 소득 수준, 날씨 등을 바탕으로 1년 방문객 수를 파악하고 이들이 3일 정도 머문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다른 테마파크들에 45가지 놀이기구를 설치한 데 반해 파리에는 겨우 15가지만 설치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다른 곳처럼 3일씩이나 머무를 이유가 없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방문객 수 예측이 맞으려면 사실로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정이 무엇인가, 또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면 이런 실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략이 형성되고 전개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예상되는 사업기회에 따른 ‘의도적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기회나 문제에 직면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창발적 전략’이다. 이후 전략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그런데, 의도적 전략과 창발적 전략은 제한된 자원을 차지하려고 조직 내에서 서로 다툰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전략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각각의 전략은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변화하기에 선택과 포기를 반복하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듣기에는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전략이 성공하려면 어떤 전제가 사실로 확인되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고민하는 기업은 실제로 많지 않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성공하기 위해서 처음 세워둔 의도적 전략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과 다가오는 기회들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면서 창발적 전략으로 바뀌어간다. 


스무 살 때의 계획 그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을수록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땐 벤처기업처럼 실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내가 이 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사실로 판명돼야 할 가정들이 무엇인지, 또 그 가정들이 내 통제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 이직을 검토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실로 판명돼야 할 가장 중요한 가정들과 그 가정들의 진위 여부를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세운 전략과 갖고 있는 자원의 투입량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시간, 돈과 에너지 같은 자원을 어떻게 할당하느냐는 정말로 중요하다.”


자원 배분의 문제는 CEO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두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CEO는 최근에 개발하였고 미래 성장성이 좋은 B의 판매를 독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영업직원들이 B보다 A를 판매하였을 때 얻는 수수료 이익이 더 크다면 과연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CEO가 아무리 B를 많이 팔아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외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영업직원들은 당장 자신에게 이익인 A를 더 팔려고 애쓴다. 인적 자원이 회사의 우선순위와 다르게 투입되는 것이다.


회사의 전략은 자원이 할당되기 이전까지 그저 ‘의향’ 일뿐이다. 위의 사례처럼 경영진이 뜻하지 않는 곳으로 회사의 자원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기업의 비전과 계획, 문제 해결 등은 모두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야 하며 그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회사 내의 모든 크고 작은 전략은 서로 더 많은 자원을 얻어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 성공을 위한 전략보다 즉각적인 성과를 얻는 전략에 사람과 돈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주의 깊게 자원을 배분하지 않으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 재능은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항상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의 노력은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흘러간다. 


처음 의도는 좋았더라도 자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거나 자신에게 성실하지 않은 애인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것은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족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특히나 어렵다. 부모나 자식에 대한 투자는 수십 년이 지나서 결과를 알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피, 땀과 눈물을 투자할 장소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스스로 되고자 갈망하는 사람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



“기업이 가진 능력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자원, 프로세스, 우선순위라는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이 세 가지는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든지 기업의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자원’은 사람이나 사물이다.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자원 자체의 가치보다 자원을 활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중요하다. 조직은 자원을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할 때 가치를 창조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상호작용, 조율, 소통, 그리고 결정하는 방식을 ‘프로세스’라고 한다. 프로세스에는 제품이 개발, 제조되는 방식, 시장 조사, 예산 수립, 직원 역량 계발, 자원 할당 방법 등이 포함된다. 자원은 쉽게 눈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다. ‘우선순위’는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을 정의한다. 또한 자원을 투입할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명확히 알려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들은 오늘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될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매 순간 결정해야 한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우선순위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회사의 전략과 그에 따른 우선순위를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개인의 삶의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위의 ‘능력 이론’을 사용할 수 있다. 앞에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원 배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자원은 우리가 가진 시간, 에너지, 재능을 의미할 뿐 아니라 우리가 투입하는 피, 땀, 눈물도 포함된다. 자원 투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익히고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제조업체 기획실로 입사했다. 신입사원 때는 기획업무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기에 자원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물리학 공부를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하는 나만의 프로세스를 갖고 있었다. 상사와 동료라는 자원을 십분 활용해서 묻고 또 물으며 일을 풀어갔고, 그러한 과정을 전체 프로세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정리했다. 프로젝트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는지 구조화했고 이를 통해 나만의 자산을 쌓아갈 수 있었다. 그 자산 속에는 전략기획 일을 추진함에 있어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지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통의 경우 자원 확보가 먼저 되어야 하고 그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분야에서의 프로세스 경험을 활용하여 새로운 분야에서 더 빠르게 역량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중요한 자리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할 때는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개인이 갖고 있는 자질과 과거의 경험보다 새로운 자리에 필요한 유사 경험을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새로운 자리에 필요한 도전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유사한 문제 해결 경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유한 자원보다 프로세스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조직문화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해가는 방식으로,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매우 자주, 그리고 성공적으로 이를 따른다.”


티셔츠에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직급 대신 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회사는 자유로운 문화를 갖고 있을까? 근무 환경만을 보고 그것을 조직문화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다. 문화는 사무실 분위기나 지침을 훨씬 더 벗어난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무엇이 통하는지 이해하는 직원들이 함께 학습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직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배운다. 능력의 관점에서 보면, 직원들은 이때 기업의 우선순위와 그것을 실행하는 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된다. 문화는 조직 내 프로세스와 우선순위 사이의 독특한 조합이다.”


조직문화가 견고해지면 회사는 스스로 자기 관리가 된다. 경영진은 모든 의사결정의 세세한 것까지 간섭할 필요가 없다. 다만, 경영진부터 잘 형성된 문화를 잘 지켜야 한다. 


문화를 만드는 일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의 정의로부터 시작한다. 경영진은 팀을 꾸려 그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다. 팀이 실패하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고 성공하면 같은 방식으로 다른 문제도 해결해 나간다. 문제 해결 횟수가 늘어날수록 팀은 문제 해결 방식을 설계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반복해서 실행함으로써 그 방식이 기업 문화로 자리 잡는다. 효과적인 문화라 형성되기 시작하면 기업은 그 문화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최대한 공유해서 모든 직원들이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가정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들이 곁에서 감시하지 않아도 올바른 선택을 할 걸로 믿을 수 있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런 양육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적절한 가족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문화는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진다.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몇 번만이라도 아이가 게으르거나 불손하게 행동하게 그냥 내버려둔다면 어느 순간 문화로 자리 잡는다. 아이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할 때는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자신이 세워놓은 원칙을 98% 달성하는 것보다 100% 달성하는 것이 더 쉽다. 당신이 정한 도덕적 기준은 당신이 어기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것이다.”


1995년 26세의 트레이더 닉 리슨(Nick Leeson)은 한 번 잘못된 거래 실수를 덮으려다 서류를 위조하고 회계 감시원들을 속이고 만다. 발각될 때까지 그가 저지른 손실은 13억 달러에 달했고 결국 233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스(Barings) 은행을 파산시켰다.


성실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다가 ‘이번 한 번만은 괜찮을 거야’라는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자신은 절대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이번 한 번만, 이라며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것을 감추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우리 삶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 번만 규칙을 어기면 이후로도 계속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미 어긴 기준을 어기지 못하게 막을 도리가 없다. 자신이 정한 도덕적 기준을 100% 지키는 것이 98% 지키는 것보다 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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