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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워커 Jul 26. 2019

혀 위에서 일어나는 맛의 변화를 느껴보자

미식의 능력 되찾기

혀는 사람의 머리에 위치한 부위 중 가장 자유롭게 물리적인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이 기관을 통해 음식을 더 효과적으로 씹어 작은 크기로 파괴하고 목으로 쉽게 음식물을 넘길 수 있습니다. 물을 마실 때도 혀가 없거나 움직이기 어려우면 새처럼 고개를 들어 넘겨야 합니다. 혀는 음식 섭취에 필요한 물리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먹을 수 없는 상한 음식이 혀에 닿으면 맛의 감지 기능을 통해 섭취를 거부하기도 하고, 맛이 좋은 음식은 긍정적으로 느껴 추가적인 섭취를 하기도 합니다.


혀는 먹고 마실 때도 큰 역할을 하지만 우리가 언어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신체 기관입니다. 혀가 없어도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의사소통을 위한 정교한 소리의 조정과 발음의 구현은 어렵습니다. 혀의 위치와 입의 모양, 성대의 발성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만 우리는 ‘말’이라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혀가 있기에 우리는 목소리를 통해 서로의 생각한 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보다시피 혀는 사람으로서 살기 위한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을 발휘하게 해 줍니다. 외부의 것이 사람 속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혀가 필요하고, 반대로 사람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도 혀가 필요합니다. 혀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안팎을 넘나들 때 거쳐야 하는 문지기와도 같습니다. 혀를 통하지 않고는 온전히 들어가거나 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혀를 조금 더 효과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한 문지기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수행시키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저는 혀가 만족을 최대한으로 느낄 때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에 만족함이 있을 때 일이나 행동에 가장 좋은 효율을 내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우리의 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옆에 있는 먹거나 마실 수 있는 식품을 아무거나 입에 넣어보세요. 저는 누가 김밥을 줘서 입안에 넣어봤습니다. 같이 씹어볼까요? 턱을 이용해 치아로 씹는 것만으로는 음식의 모든 부분을 씹을 수 없습니다. 혀로 움직여줘야 하죠. 이 과정에서 혓바닥의 미뢰와 음식의 접촉 횟수가 늘어나 더 많은 맛을 느끼게 됩니다.


계속 혀를 움직이고 씹다 보면 음식이 점점 더 작게 분해됩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의 질감을 더 상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 김밥에는 채소가 많이 들었는데 우엉도 있네요, 사각사각한 식감과 혀에 느껴지는 약간 거친 질감이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혀를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여볼까요? 혀의 움직임으로 인해 분해된 재료의 향이 입 뒤쪽의 코와 연결된 공간을 통해 후각상피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이로 인해 더 강하게 향을 맡을 수 있게 되죠.


이제는 삼켜보겠습니다. 이때는 입천장과 혀가 강하게 밀착되어 먹는 도중 혀에 최대의 압력이 가해집니다. 목으로 넘어가기 전 또 한번 재료의 질감을 강하게 느끼며 향 또한 강하게 느껴집니다. 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계속 먹어보세요. 혀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식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향과 맛,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순간순간 변하는 질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는 알고 있었던 다채로운 행복의 경험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잃어버립니다.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우리가 그동안 집중했던 행복의 요소들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만듭니다. 매일 먹지만 이전만큼 맛있거나 그 자리가 즐겁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다시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리적으로 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작은 것부터 집중해보면 좋겠습니다. 


미식은 사람에게 육체적 에너지뿐만이 아닌 정신적인 에너지도 함께 채워줍니다. 사람의 식사는 동물처럼 허기의 해소와 쾌락의 추구만이 아닌, 문화와 교류, 지식이 함께하는 복합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미셸 드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는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라는 말을 남겼고 중국에는 私其飮食禽雖之類(사기음식금수지류)라 하여 형제에 음식을 사사로이 한다면 새나 짐승과도 같다는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식사라는 것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여러분의 식사는 어떠신가요? 오늘 하루만큼은 온 감각을 집중해서 식사해보세요, 밥 한술의 무게와 부피, 한 알의 식감과 점도, 분해되며 나오는 맛과 향, 떠오르는 상상들을 그대로 느껴보세요. 그 느낌을 같이 식사하는 사람과도 나누어보고 수첩에 기록해서 다음 식사 때도 한 번 열어보세요. 잃어버린 미식의 능력을 찾게 될 것입니다.



아크인터내셔널 한누리



저서 '다 알려주는 커피기술 Coffee Skill'

미식의 즐거움에 물들다 '구르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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