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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워커 Jul 22. 2019

커피 로스팅과 정확한 온도 읽기

온도계 제대로 읽고 계신가요?

우리는 ‘온도’라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몸으로 느껴 뜨거움과 차가움의 강도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은 36.5℃라는 인체의 표준 온도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사람 각각의 체온이 ±5℃ 정도 편차를 가지고 있다면 체온+7℃ 정도의 수온을 항시 유지해야 하는 대중목욕탕의 영업활동이나 순간적인 온도감각을 통해 제품을 가공하는 등의 신체의 예민함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 등은 세상에 존재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만일 제 평균 체온이 42.5℃인데 42℃의 목욕탕 물에 들어간다면 미적지근해 만족도가 매우 낮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평균 체온이 32도 정도 된다면 42℃의 목욕탕 물은 너무 뜨거워서 발조차 담그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의 인체가 표준 온도를 항상 유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체온의 기준만을 가지고 다른 대상의 온도를 측정한다면 분명한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가령 0.1℃의 차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은 인체가 가진 민감성의 한계를 겪고, 몸에 손상이 갈 정도의 고온이나 저온을 측정할 때에는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현대에는 온도계라는 훌륭한 발명품이 존재하기에 엄청난 훈련이나 고통을 겪지 않고도 정확한 온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온도계가 없었다면?


커피를 볶는 로스터(Roaster)라는 직업은 온도계의 발명이 없었다면 지금 정도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커피 로스팅은 최소 200℃ 이상의 고열을 사용하는 작업이면서, 가열된 원두 자체를 먹는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작업 도중에 완성도를 확인할 방법이 매우 제한적인 편입니다.

온도계가 없었을 때는 가열된 원두의 색상과 향기를 체크하며 불의 세기를 조절하고 원하는 색이 되면 빼는 것이 커피 로스팅 기술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색도를 분별하는 눈과 향의 차이점을 느끼는 코의 예민함이 기술의 수준을 결정짓는 최대 요소였죠. 몸의 감각을 훈련하는 것이 로스팅 기술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로스팅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로스터기에 부착된 온도 센서와 전자 지시계가 초 단위로 원두와 접촉하며 온도 정보를 확인시켜주고, 컴퓨터로 정보를 뽑아 실시간으로 온도 그래프를 만들어냅니다. 데이터로 로스팅을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로스팅 데이터의 활용이 고품질의 원두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되면서 누가 더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 연구하여 작업 시 구현해내는지가 로스팅 기술의 수준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의 정확도, 올바른 방향의 정보 분석, 가공한 정보를 작업자가 활용 가능한 매뉴얼로 만드는 등 또 다른 어려움들이 생겨납니다. 더군다나 이론적으로 완벽하다 예상한 공정도 실제 로스팅 작업 시 형편없는 맛이 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뭐든 간에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복합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기술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온도 데이터를 활용할 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온도계가 수치로 표시하는 온도와 실제 그 온도가 뜻하는 의미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왜 온도에 대한 추가적인 이해가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온도를 알아야 맛을 만들 수 있다.


식재료는 보통 열을 가해 가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급되는 열의 세기와 시간, 열이 공급되는 패턴에 따라 음식의 완성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완성도의 차이란 당연히 맛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죠.


온도에 민감한 조리 방법인 튀김을 예시로 든다면, 튀김 기름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내부가 덜 익은 상태로 겉의 반죽만 타게 되고, 너무 낮은 온도의 기름을 사용한다면 반죽이 기름을 필요 이상으로 흡수해 니글거리는 튀김이 될 것입니다. 적당한 온도를 사용하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 조리하면 튀김 내부의 재료가 가진 수분이 손실되거나 퍽퍽한 질감을 낼 수도 있고, 기름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한다면 각각의 튀김마다 맛의 편차가 발생할 것입니다. 맛있는 튀김 요리를 칭할 때 쓰는 유행어, 일명 ‘겉바속촉’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름과 재료에 가해지는 온도를 정밀하게 통제하여 최상의 가열 포인트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로스팅은 튀김보다 온도의 정밀성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더 고온의 열로 재료를 가공하며 조리 방법의 특성상 재료의 모든 면에 균일한 열을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열전달의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인 재료 내 수분의 함량이 적고, 고체의 성상을 가진 단단한 재료이기 때문에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내부까지 열을 도달시키기는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로스팅 작업은 매개체인 수분이 완전히 손실되기 이전인,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열을 공급하면서도 표면이 탄화되지 않는 온도와 속도를 찾아 점진적으로 하락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매번 이러한 조건을 일치시켜주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두의 온도와 원두에 공급되는 열의 온도, 원두에 열을 전달하고 빠져나가는 온도 등을 측정기기를 통해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시간과 대조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만일 이 과정을 온도계 없이 한다면 불가능하거나 매우 긴 기술 훈련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려면 알맞은 방법이 필요하다.


온도를 자유자재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 혹은 공간의 온도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고성능의 온도 센서를 사용하더라도 사용 방법이 서투르거나 적절한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실제 온도와 측정되는 온도는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극단적인 예로써 적외선을 이용해서 온도를 측정하는 비접촉식 온도 센서를 사용할 때, 방사율이 매우 낮은, 예를 들어 0.2의 방사율을 가진 대상을 측정한다면 반사에 의해 온도 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광이 나도록 연마된 스테인레스 표면을 적외선 온도계로 측정한다면 적외선이 반사되어 실제 표면의 온도와는 전혀 다른 값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에는 전통적인 접촉식 온도 센서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방사율이 높은 표면을 가진 움직이는 단일 물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온도 센서가 지속해서 대상에 접촉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접촉식 온도 센서를 사용해야 합니다.


적외선 온도계(출처 : testo.com)


로스팅 작업 시에는 금속 재질의 드럼 구조를 가진 기계 안에 설치된 접촉식 온도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산업용 온도계인 써모커플(thermocouple)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온도계의 정보를 얻을 때도 정확한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재질과 구조에 따라 온도의 속성이 다르다.  


로스팅은 예열 -> 생두 투입 -> 가열 -> 배출의 순서로 진행되는데요, 이 4항목을 조정할 때에는 온도계에 표시된 온도를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특히나 예열 단계에서 표시되는 온도는 온도계가 원두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아닌 로스터기 내부, 허공의 온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온도를 맞추기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예를 들어 1kg의 생두를 10분간 로스팅하기 위해서 로스터기를 예열한 후 200℃가 되면 로스터기 드럼 내부로 생두를 투입한다고 했을 때, 온도 지시계에 표시되는 200℃가 어떠한 온도를 표시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매번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어도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온도계는 온도 센서에 전달되는 열의 강도를 측정한다. 어디서 발생하는, 어떤 종류의 열인지는 상관없이, 오로지 전달받은 현재의 값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50mm의 무쇠 판을 250℃로 가열한 것과 가정용 알루미늄 포일을 250℃로 가열한 것은 온도계 입장에서 보기에는 똑같은 열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50mm 무쇠 판과 포일에 각각 고기를 올려놓는다면 무쇠 판의 고기는 순식간에 열을 전달받아 맛있는 향기와 갈색으로 변하는 반응을 일으키지만, 포일에 올라간 고기는 잠시 ‘지직’ 하는 소리를 낼 뿐 충분한 열이 공급되지 못해 아무런 변화도 얻지 못하고 생고기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커피 로스팅 중에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기기의 드럼은 두께가 얇고 어떤 기기는 두껍습니다, 올 스테인레스를 사용하는 것도 있고 앞뒤로 두꺼운 주물 재질 구조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온도계가 측정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전달되는 온도의 값뿐입니다.


더군다나 로스터기는 프라이팬처럼 금속을 가열하여 재료로 전달하는 방식과 함께 컨벡션 오븐처럼 뜨거운 공기를 함께 재료에 전달하여 대상을 가열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드럼 온도가 매우 낮아도 공급되는 열풍(대류 열)에 의해 일시적으로 높은 온도로 측정될 수 있고, 반대로 드럼 온도가 매우 높아도 공급되는 열풍 온도가 극단적으로 낮으면 온도계는 낮은 온도를 표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븐의 내부 구조. 전기열선과 브로워로 열을 공급한다.



그 이유는 기기의 구조상 온도계가 드럼 표면에 직접 부착되어 온도를 측정하지 않고 드럼 몇 센치 위에 달려있어 로스터기 내부의 드럼, 배 출판, 축, 교반 날개에 등 철제 구조물에 축적된 전도열과 공급되는 대류 열, 복사열의 복합적인 온도의 평균값을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로스터기 내부의 예열 온도를 알고 싶다면, 기기 내부의 측정 조건을 항상 동일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정확한 예열 온도 만들기  


정확한 예열 온도를 만든다는 것은 로스터기를 상온에서 목표 온도(200℃)까지 예열시키는 불의 세기, 예열 시간, 드럼 내부를 순환하는 공기의 속도와 양 등을 일치시키는 작업입니다. 로스터기의 예열 시 충분한 시간과 정확한 매뉴얼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생두로의 열전달에 간섭하는 로스터기의 모든 부분에 충분한 열에너지가 축적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15분간 최대 화력의 80%로 예열해 도달한 200℃와 60분간 최대 화력의 20%로 예열해 도달한 200℃는 실제 생두를 투입했을 때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짧은 시간 예열 시 표면은 과열되지만 구조 전체에 충분한 열을 축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드럼 내부 열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너무 높은 온도의 열풍이 순환하는 경우에는 기기 전체에 축적된 열과 상관없이 단순히 열풍의 온도(대류 열)의 온도 중심으로 온도가 측정되어 로스팅 시작 시 생두에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불안정하거나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로스터기의 예열과 정확한 예열온도 측정을 위해서는 항상 동일한 내부 온도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관된 패턴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을 위해 2019년 4월 출간한 다 알려주는 커피 기술 Coffee Skill에 일부 내용을 일부 가져와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로스팅을 보이는 예열 온도와 시간의 하한선을 찾아 그 이상의 예열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로스팅 작업 1시간 전 50%의 화력을 공급하여 생두 온도를 표시하는 온도계를 기준으로 230℃까지 50분간 예열한 후에 화력 공급을 잠시 중단하고 10분에 걸쳐 투입 온도의 180℃까지 온도를 낮춘 후 다시 20% 화력을 공급하여 준비한다.’ 등의 매뉴얼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다 알려주는 커피기술 Coffee Skill



위 내용처럼 항상 동일한 예열 패턴을 실행한다면 결과로 측정되는 온도는 극심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면 안정된 수치를 나타낼 것이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20% 화력을 공급하여 준비한다.’ 이후에는 공급 화력과 공급되는 대류 열, 공급 이후 배출된 대류 열의 온도를 표준 매뉴얼과 일치시킨 후 생두를 투입하게 되는데, 정확한 온도에 생두를 드럼에 투입하여 로스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보다시피 어느 정도의 수칙이 필요하게 됩니다. 좀 더 맥락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 권 구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로스팅 과정 중 예열 단계는 결과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로스팅의 전부는 아닙니다. 예열 과정 외에도 투입 직후, 흡-발열 구간의 온도 변화, 배출 시점 등 온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정교한 로스팅 프로파일 디자인에 앞서 각각의 구간에서 표시되는 온도의 적절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남은 내용 또한 차근차근 정리해보려 합니다.



아크인터내셔널 한누리



저서 '다 알려주는 커피기술 Coffee Skill'

워커들을 위해 만든 커피 '트루워크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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