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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워커 Jul 19. 2019

미식가는 오래 먹는다! 고체 음식, 액체 음식

먹고 마시는 시간의 중요성

음식의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눈에 보이는 물질의 형태로 본다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고체 형태, 둘째는 액체 형태입니다. 고체 형태라 함은 밥이나 고기 채소 등 형체를 유지하는 음식을 뜻하는데요, 이러한 고체 상태의 음식은 치아를 통해 씹는 과정을 통해 입 전체로 부서진 음식이 퍼져가며 질감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반면 액체 형태의 음식은 씹는 행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먹게 되는데요, 이를 보통 ‘마신다.’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물이나 우유, 커피는 마시는 음식이라 ‘식음료’라고 하죠.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입안에 넣는 순간 혀와 입 전체에 접촉하고 입천장 뒤쪽을 통해 향기가 빠르게 감각으로 전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먹는 방식의 차이점은 씹느냐 씹지 않느냐의 부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씹는 일은 음식을 잘게 부수어 목으로 삼킬 수 있게 만드는 활동인데요, 이는 자연히 음식이 입안에 머무르는 시간에 영향을 줍니다. 음식을 먹는 시간은 고체 액체를 나누지 않더라도 미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간에 큰 비중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행위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단순히 입으로 씹어 넘기는 기계적 운동뿐만이 아닌 맛의 구성을 파악하는 ‘음미’라는 과정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음미의 과정을 더 깊게 느끼고자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스스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요리를 배우기도 합니다. 만일 음식을 음미하는 과정이 없다면 식사 시간은 차의 연료를 보충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한 행동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치아를 통해 잘게 부수는 과정 자체도 식감이라는 음미 요소 중 하나이다.


맛있게 먹으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음료를 마실 때는 더 명확하게 이 부분이 드러나는데요. 운동 중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실 때는 최대한 빨리 기능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수분을 공급합니다. 이것은 매우 빠른 음용 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맛의 음미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신 뒤 시원하고 기분이 좋지만,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맛과 향이 첨가된 스포츠음료를 마시더라도 그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더 편안하고 효과 좋게 마시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는 반대로 느리게 먹는 것을 볼까요? 정말 맛있고 희귀한 음식을 대접받을 때 우리는 삶은 계란 먹듯이 덥석 집어서 씹어 삼키지 않습니다. 음식이 담긴 모양을 관찰하기도 하고 표면의 질감을 보고 무언가를 연상하기도 합니다. 먹을 때에도 입안에 가득 차게 넣기보다는 1/3 정도를 채워 넣고 천천히 씹어서 재료가 파괴될 때 나오는 향과 질감, 맛을 느낍니다. 먹은 뒤에도 잠시 여유를 가지고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맛을 음미하면 요리를 구성하는 재료의 맛을 각각 느낄 수 있다.



 액체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도 상상해볼까요? 요즘 유행하는 블루보틀의 싱글 오리진 커피를 한 잔 시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요? 컵에 새겨진 파란색 마크를 휴대전화로 찍어 SNS로 공유를 하겠죠? 액체는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것을 담는 용기를 관찰합니다. 벌써 시각적 음미의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다음은 향을 맡아보겠죠, 입안에 넣지 않은 커피는 많은 향을 발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실 때 하고는 미묘한 향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커피를 마실 텐데요, 소주처럼 원샷하는 사람은 없겠죠?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아이스커피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커피를 음미하러 이곳에 왔기 때문입니다.


 음미한다는 것은 ‘시간을 투자하여 그 대상을 미각으로 관찰한다.’는 뜻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더 긴 시간을 가지고 음식이 주는 고유의 특색을 살펴본다면 들인 시간만큼 더 많은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표현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죠.




고체 음식 VS 액체 음식


 이번에는 고체와 액체 음식의 차이점을 비교해서 볼까요? 물리적으로 음료는 음식보다 먹는 시간이 짧습니다. 그 때문에 시간과 음미를 연결한 설명을 통해 생각한다면, 음료보다는 음식이 음미하기에 좋은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음료의 섭취 방식은 몸의 움직임을 훨씬 덜 요구하기 때문에 먹는 동작 외의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우리가 보통 카페에 가면 커피만 열심히 마시고 끝내지 않죠, 우리는 카페에서 보통 때에는 할 수 없었던 대화를 하거나 혼자 가는 경우 여유로움 속에서 생각을 합니다.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도중 또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음식과 음료의 차이점입니다. 먹는 방식은 먹는 문화의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음료 중에서도 커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음식과 음료의 또 다른 점은 생존에 영향을 얼마나 주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음식은 보통 특정한 시간이 되었을 때 먹게 됩니다. 그 시간이 되면 우리는 허기를 느끼고 에너지의 보충을 해야 합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점심, 저녁 시간이 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식사를 하게 되죠. 즉 음식은 음미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먹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음료의 섭취는 필수 항목이 아닙니다. 식사 시 음식에 포함된 수분만으로도 사람은 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체는 섭취한 물질을 통해 약 300cc의 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저도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요, 어떤 때에는 목이 마르지 않아 일주일 동안 물을 따로 마신 적이 없는 일도 있었지만 엄청난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좋지 않겠습니다만,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음식은 생존을 위해 어느 정도 의무적인 시간을 내서 먹는 부분이 있지만, 음료는 자발적으로 추가 시간을 만들어서 마시게 되는데요, 이는 시간을 대하는 질의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좀 전에 이야기한 ‘음미한다는 것은 시간을 투자하여 그 대상을 미각으로 관찰한다.’는 시각으로 볼 때 음료를 마시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더 집중되고 면밀한 관찰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미식은 관찰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고체냐 액체냐 하는 대결의 의미가 아닌 ‘음미’라는 미식 활동을 더욱더 깊게 즐기기 위해서는 온전한 관찰의 시점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떠한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구별된 시간과 여유로운 마음의 상태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써 내려가는 글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식사에 대한 행복과 미식의 즐거움을 누렸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음미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지만 일에 치여 그 능력을 잃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미식에 대한 탐구심이 있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최대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잘 드시고 계신가요?




아크인터내셔널 한누리



저서 '다 알려주는 커피 기술 Coffee Skill'

미식의 즐거움에 물들다 '구르메 커피(Gourmet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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