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 미술가, 차이 구어 치앙
하늘을 캔버스 삼아 불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피어오른 불꽃 연기가 미켈란젤로 광장을 뒤덮었다. 무려 5만 개의 폭죽이 마치 만개하는 꽃들처럼 잇달아 피어올랐다. 그것도 환한 대낮에.
폭발하는 굉음과 순식간에 하늘의 분위기를 바꾸는 매력적인 폭죽은 언제나 그 화려함에 넋을 놓게 만든다. 사진 속 작품은 2018년 중국 현대 미술가 차이 구어 치앙(蔡国强)이 신화 속 인물들을 모티브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세계를 무대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폭발로 일궈지는 찰나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새로운 차원으로 재해석했다. 화약의 폭발로 만들어지는 불꽃으로 역동적이고 대담한 수법을 구사하며, 중국 전통 세계관의 근간이 되는 사상이 깃들어 작품성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황금 사자상 수상, 2008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 및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퍼포먼스 등을 담당했다.
어릴 적 서예가이자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전통예술을 접하고, Shanghai Theater Academy에서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1986년 일본에서 9년간 거주하며 화약을 종이 위에 폭발시켜 표현한 회화의 독창성에 주목받았다. 특별 제작된 종이 위에 도화선을 배치하고, 가연성 가루를 뿌려 점화하면 폭발과 함께 화약이 분산돼 패턴을 형성하는 식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자연과 풍수, 한의학, 동식물 등 다양한 소재를 모티브로 구상된다.
2014년, 상해에서 진행된 당대 예술 박물관 전시 <9번째 물결>은 러시아 화가의 동명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반항을 그렸다. 그중 99마리의 늑대가 유리 벽을 향해 몸을 던지는 <head on>은 오늘날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표현한 전시다. 이는 중국 전통 족자화에서 볼 수 있는 평행 투시도 기법과 파노라마 형식을 차용했다. 중국에서 숫자 9는 ‘무한한’ 그리고 ‘불완전’을 의미한다. 작품 속 동물은 모두 박제가 아닌 모조품이다.
그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1994년에 시작해 2015년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다.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불꽃 다리’라는 염원을 이루기 위해 여러 차례 실패와 도전을 반복했다. 잉글랜드, 상해, 로스앤젤레스 등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마땅한 장소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프로젝트는 마침내 자신의 고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점화되고 불꽃이 타오르는 2분간의 영상 조회수는 이틀 만에 3천만에 도달했으며, 현재 10억 명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예술가를 알아가는 일은 곧 그 시대의 역사와 함께하는 일이다. 차이 구어 치앙은 기존의 예술 개념을 타파하고 인류와 자연을 둘러싼 장대한 스토리를 독창적으로 이끌어왔다. 그가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회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켜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응답하고 있다. 으레 짐작할 수 없는 그의 웅장한 서사시를 담은 다큐멘터리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