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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택 Sep 08. 2019

B TALK at wework

좋아하는 매거진과 존경하는 작가님을 만나다

최근 매거진 b에서 새롭게 발행한 단행본 <jobs:잡스 시리즈> 발간 기념 토크 세션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스타그램 댓글 이벤트로 추첨을 통해 스무 명 정도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평소 매거진 b의 행보에 늘 관심이 많은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당시 어떻게 써야 뽑힐지 몰라 꽤 고민하며 썼던 것 같다. 며칠 후 감사하게도 당첨자로 채택되었다는 DM을 받았고 흔쾌히 승낙해 연락처를 남겼다. 사실 평소 스틸 북스에서 진행하는 큐레이션을 자주 참여해 이번 단행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한 낱낱이 알고 있던 나였지만 이번엔 황선우 작가도 함께 게스트로 참여한다는 말에 더욱 신이 났다.

토크가 진행된 위워크 삼성 2호점

토크는 총 1부와 2부로 나뉘었다. 1부에서는 매거진 b의 박은성 편집장과 손현 에디터가 서로 간의 질의응답으로 이번 잡스 시리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어떻게 잡스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는지부터 그 첫 번째 주제가 ‘에디터’인 이유. 더불어 에디터가 에디터를 인터뷰이로 선정하기까지의 기준과 과정, 그리고 고민 끝에 탄생한 지금의 부재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의 탄생까지.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 어딘가 배심원(?) 같았던 독자들 앞에서 나름의 유머를 발휘해 여러 차례 웃음을 자아낸 손현 에디터 덕분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토크가 진행됐다.

2부는 황선우 작가의 토크 시간이었다. 이번 단행본에서 <240번의 마감이 만든 근육>이란 에세이를 집필한 그녀는 2019년 2월 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로 패션 매거진 에디터 출신 작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토크에서는 20년 가까이 글과 콘텐츠를 다뤄온 작가님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났다. 에디터 시절 겪은 에피소드와 글과 인터뷰에 대한 생각과 뜻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이 따로 주어진 건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손을 들고 편하게 질문을 달라는 말씀에 나 역시 질문을 던졌다.


: 피처 기사를 기획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며, 떠오른 콘텐츠를 기획안으로 만들 때 어떤 식으로 풀어가나요? 상급자로부터 기획안을 승낙(?) 받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황선우 작가: 기삿거리는 대부분 일상에서 얻는다. 우리 삶의 모든 이야기는 기사의 소재가 되기 충분하다. 에디터는 욕망이나 물욕이 많아야 하는 직업이라 어디든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이것이 이것보다 어떻게 좋은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영화나 공간, 책이나 물건 등에도 관심과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자.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잘난 채 하거나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는 글은 조심해야 한다는 점. 덧붙여 개인적으론 잔머리가 발달해서 보스의 취향을 저격한 소재를 찾아가기도 한다. 애초에 까일 일 없는 소재를 준비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기획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하늘 위에 떠도는 기획안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페이지를 꾸릴 때 모든 게 머릿속에 들어가 있고 그려져야 한다. 세부사항을 넣어서 써야 보는 이를 설득할 수 있다.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구체적으로 써라.


왼쪽부터 매거진b 박은성 편집장 / 매거진b 손현 에디터 / 황선우 작가 사진출처: 매거진b 인스타그램

최근 <보그 코리아>에 객원 에디터로 피처 기사를 써보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첫 번째 기획안부터 퇴짜를 맞았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저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공감했던 강연이었다. 특히 에디터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인상 깊었다. 이번 강연은 돈을 지불하거나 선착순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지라 분명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을 분들이 많았을 테다. 그런 분들이 이 글을 보며 내가 배우고 느꼈던 소중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끝으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부분이다.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해서 꼭 좋은 인터뷰가 나오는 건 아니다. 물론 준비를 꼼꼼히 하는 건 좋지만 그 전날은 많이 자고 내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또한 보통 배우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땐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건 너무 무의미하다. 대다수의 매체에서 이미 여러 번 인터뷰를 해온 사람이라면 나는 좀 더 다른 질문을 준비한다. 크고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사소하더라도 새로운 질문이 좋다. 선입견이나 기존의 정보를 흔들어 줄 수 있는 질문. 이 사람의 특징을 떠나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와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대화. 내가 사람에 대한 탐구심이나 존중과 예의 등을 잃지 않고 좋게 살아온 시간이 있어야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과 경청을 하며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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