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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택 Sep 01. 2019

첫 걸음

낭만이 가득한 도시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무렵 나는 갓 중국에서 졸업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때였다. 촌스럽지만 부산에서 나고자란 나에게 서울은 사뭇 낯선 도시였다. 따지고 보면 서울보다 훨씬 큰 도시인 북경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과하고 말이다. 어디까지나 지방 사람이 가지는 서울에 대한 환상이었을까. 며칠 안 되는 시간 동안 잠깐 머물다 간 경험이 아닌, 제대로 서울을 만끽하려 ‘취업’을 핑계 삼아 짐을 싸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호기롭게 서울에 발 디디며 그야말로 서울 라이프를 누릴 생각에 들떠있었다.


작년 10월 겨울,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캐리어 하나에 겨울옷을 잔뜩 욱여넣어 SRT를 타고 올라왔다. 줄곧 해외에서 생활하다 이제 막 졸업하고 돌아온 내게 모아둔 돈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사 원고료를 받아 모아둔 고작 몇십만 원을 챙겨 올라왔었다. 다행히 친누나를 비롯해 사촌누나, 고모 등 가족들이 서울에 있었기에 지낼 곳은 충분했다. 사업을 하고자 올라온 것도 아니고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은 주어졌으니 큰돈이 필요하진 않았다. 이 또한 정말 큰 행운이었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취업 준비와 더불어 에디터가 되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업이란 좋은 핑계로 서울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내심 좋기도 하더라. 맛있는 커피와 좋은 경치를 담을 수 있는 곳이면 1시간이 넘는 거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밖은 바람만 스쳐도 살갗이 뜯길 듯 추웠지만, 그럼에도 내 눈에 비친 서울은 도처에 낭만이 가득한 도시이자 배움터였다. 아래 사진들은 서울에서 보고 느낀 내 모든 추억을 총망라한 사진첩 한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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