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단순히 교육의 방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
[민들레] 출판사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의 길을 여는 격월간 [민들레]에 실렸던 글을 주제별로 묶어 스터디용 보급판으로 제작한 책입니다.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교사, 부모, 시민들의 공부모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저자들의 인세 기부로 만들어진 책이랍니다. 수익금은 교육운동에 쓰인다고 합니다. [저자 소개란 인용]
저도 이 책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고, 얼마 전 책이 엮어져 출간되었다고 보내주셨네요. 홈스쿨링을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께 책 소개도 하고, 받은 책 3권 나누려고 합니다. 블로그 댓글로 책 받고 싶으신 사연 적어주시면 다음 주 월요일,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junkyunet/222739471708
책 내용을 잠깐 보여드릴게요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학교를 박차고 나오는 이들이 '홈'이나 '스쿨'에 머물고 싶은 건 아닐 테지요. 홈스쿨링, 언스쿨링, 로드스쿨링, 홈'뒹굴'링... 뭘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 교육의 형태는 단순히 교육의 아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엮은이 글 중]
책은 홈스쿨링을 넘어 '교육'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이 담긴 책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1. 홈스쿨링을 해보니
- 홈스쿨링 말고 홈 뒹굴이 하면 안 돼? [조혜욱]
- 마을 홈스쿨링, '같이 놀자' [정영희]
- 홈스쿨링, '홈'을 넘다 [김형태. 박미영]
- 기차 학교 홈스쿨링 [김태진]
- 도시의 마을을 배움터 삼아 [김지현] <- 제 글입니다^^
- 학교를 '버린' 청소년의 10년 독립 프로젝트 [유진]
- 황매산 자락, 청년 농부 이야기 [김예슬]
- 홈스쿨링에 관한 10문 10 답 [이선영]
2. 홈스쿨링의 빛과 그림자
- 홈스쿨링의 현황과 전망 [현병호]
- 홈스쿨링과 오만함 [서경희]
- 홈스쿨링을 파는 사람들 [박성희]
- 홈스쿨러를 위한 플랫폼, '홈스쿨링 생활백서' [송혜교]
- 학교 밖 아동들의 '법적' 교육권을 보장하라 [박종훈]
- 홈스쿨링 제도화의 방향 [이종태]
- 홈스쿨링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한 교육인류학적 분석 [서덕희]
[본문 중]
홈스쿨링을 바라보는 시선
그 어떤 보호막도 없는 학교 경계 밖으로 나왔을 때 느낀 막막함은 생각보다 컸다. 아이의 인생이 오롯이 부모의 책임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힘들었던 것은 학교 밖으로 걸어 나오기 전, 주저하고 머뭇거리던 고민의 시간들이었다. 아이의 인생을 위한다는 핑계로 눈이 멀지는 않았는지, 아이 상태를 왜곡시키지 않고 균형감 있게 고려한 것인지 끊임없이 저울질해야 하는 과정은 어렵고도 혼란스러웠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그 안정감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 어쩌면 사회에서 실패자나 낙오자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겁나고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나 ‘ 싶을 때도 많았고, 위기처럼 보이는 시간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애쓰는 과정 중에서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지난 시간을 통해 학교를 가고 안 가고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더라도 홈스쿨링을 무조건 택할 만큼, 그때의 결정은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고, 아이와의 ‘관계’ 또한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다른 방식의 홈스쿨링
단지 물리적으로 아이를 혼자 두지 않을 뿐 아이가 시간을 주체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 역할은 공부를 가르치는 티칭 teaching이기보다는, 아이의 계획을 돕고, 긴장의 끈이 느슨해질 때 완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코칭 coaching을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하게 된 것이다.
소셜 스쿨링(Social Schooling)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가 사는 곳이 북촌 한옥마을이라 아파트 단지로 빼곡한 지역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10년 전, 서울 도심의 아주 작은 한옥으로 이사 오며 사랑방엔 에어비엔비 Airbnb를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우리 집 대문을 드나들며 때론 아이의 친구가 되기도 했고, 영어 선생님이 되기도 했고, 아침식사를 함께하는 가족이 되기도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골목길을 들고나며 만나는 이웃집 꼬마들, 동네 사진관이나 꽃가게, 카페, 붕어빵 가게, 떡볶이집, 탁구장 등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나이와 직업군의 사람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이곳이 아이에게는 학교이자 놀이터였다.
아이는 집과 마을을 기반으로 역사적인 장소들을 쉽게 접하고, 나이와 국적에 제한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마을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며 배워나가는 모습을 『준규네 홈스쿨』에서 ‘소셜 스쿨링 Social Schooling’이라는 말로 소개한 바도 있다. 확장된 의미의 홈스쿨링, 이른바 소셜 스쿨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내가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교육환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당장의 학습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자기 인생에 책임을 느끼고 뭐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그 과정이다. 부모는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낙언의 『맛의 원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식물은 추위에 얼지 않기 위해 조직에 당액을 비축하고, 초식 벌레의 공격을 막고 상처를 받으면 치유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런 것들이 맛과 향기의 성분이 된다. 좋은 와인일수록 척박한 토양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포도로 만든다.’ 학교라는 온실을 벗어난 아이는 스스로 야생의 환경을 선택하며 끊임없이 당액을 비축해야 했고, 화학물질을 분비해야 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향기를 품으며 자라고 있다.
[민들레]는 한국 대안교육의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의미 있는 단체이자 출판사입니다. 예전에 아이 초등 자퇴하고 막막한 마음에 처음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때는 공교육에 대한 반감이 짙은 느낌이 불편해서 출간된 책 몇 권을 손에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느낌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학교 밖에서 애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존재함으로 큰 의미를 갖는 [민들레]. 이런 활동을 하는 곳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도 교육적 다양성들을 발판 삼아 한 발짝 진보될 수 있겠지요~
학교를 나오기 전까지는 학교 안과 밖의 경계가 엄청나게 높아 보이고 큰 의미를 지닌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밖을 나와 교육에 대해 온갖 물음과 답을 찾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한 인간으로 잘 키워 독립시키기 위해 택하는 선택지 정도라는 것을요.
학교냐 학교 밖이냐~
좋은 학교냐, 그저 그런 학교냐~
그 선택지가 어디라도 아이는 부모를 거울삼고,
홈[집]을 마음의 터전 삼아 충분히 잘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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