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활 가이드 #7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놀이를 ‘스스로 조절하고 시도하는 행동, 활동,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 자체이고,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이자 통로이고, 아이 스스로 택한 행동, 활동,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웁니다.
놀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배우고, 자기 조절의 필요성을 몸으로 익히고,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 몰입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놀이를 통해 아이는 창의력을 키우고 무한한 성장을 하고, 삶의 지혜들을 몸을 통해 본능적으로 익혀 나갑니다.
아동의 사회적 놀이 발달 과정을 분석한 대표적인 학자인 Parten(1932)의 놀이 유형 6단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만 5세가 되기 전까지는 또래와 협동 놀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내 아이가 고집이 세거나 배려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발달상 너무나 당연합니다. 물론 천성적인 기질이 조금 유순한 성향이거나 경쟁심이 덜 한 아이들의 경우 협동놀이가 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을 배려해서라기 보다는 기질 자체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덜해서 그렇게 보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심지어 6단계인 협동놀이가 가능한 나이에서도 보시다시피 아이들끼리가 아닌, 집단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규칙을 부여받고 협력하며 협동놀이를 배우고 익힙니다.
이 시기에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자기가 상황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한 아이들의 경우 규칙을 잘 따르려 하지 않는다거나 교사 혹은 부모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자기가 모든 상황들을 조종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부모는 자식에게만큼은 마음이 약할 수밖에 없어서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는 다루기 힘들기도 하고 자꾸 들어주다 보면 아이는 규칙을 제 스스로 만들며 무법자가 되어 있어 부모와 주변 사람들을 더 힘들게도 합니다.
얼마 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울고, 소리 지르다 흥분해 엄마를 때리는 아이를 오은영 선생님이 훈육하는 방송을 보았습니다.
결국 어른의 말을 따르고 자신을 조절하는 것들을 부모를 통해 배워나가면서 또래와도 함께 놀이를 통해 좋은 관계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겠지요.
결국 7~8세가 되더라도 지도자 없이 아이들끼리의 협동놀이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다양한 케이스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배우기도 하고, 어른의 개입에 의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 배워나가기도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놀이는 자꾸 학습에 밀려나게 됩니다.
물론 학교에서 받아오는 숙제나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최소한의 학습 습관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 저학년의 경우 교과과정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이고,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 정도를 하느라 놀 시간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여유 있는 시간을 틈타 학습을 좀 더 심화해서 채우려 하거나 다양한 좋은 수업들을 하나 둘 시키다 보면 결국 놀이는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이 놀면서 사회화를 배우고
조절을 배울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의 기회들이
학습에 밀려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유아기와 아동기에 부모나 혹은 친구들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놀이를 하며 차례를 기다려 보기도 하고, 규칙을 어기는 친구에게 어떻게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지도 배웁니다. 상황을 중재하는 어른의 말을 들으며 몸으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배우고 익혀나갑니다.
상상놀이를 통해 공감능력, 언어능력과 사회성을 키우기도 하고, 창의력을 키우며 아이 주도적인 놀이의 기회들을 마음껏 누리고, 몸의 균형감각과 신경발달의 완성을 도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아의 시기에서 놀이가 멈추고
더 나아가 정서적, 신체적 성장의 기회를
충분하게 갖지 못한 채
초등 저학년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아동에게 있어서 놀이는 온몸의 근육을 균형 있게 쓸 수 있도록 돕고, 자기 몸의 움직임들을 자연스럽게 통제함과 동시에 뇌 발달도 동시에 꽃을 피웁니다. 이렇듯 놀이가 아동에게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만 많은 부모들이 초등학생들의 놀이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취학 전에 비해 상당해 인색해지곤 합니다.
아동들에게 놀이란 즐거움과 성장을 말하는데 놀이는 아동의 자기표현을 위해 하는 자발적 활동으로 아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강경숙 외, 1989)' 고 합니다.
놀이는 유아가 성장하면서 발달하고 변화하는데 아동의 정서적, 신체적, 지적발달뿐만 아이라 사회, 정서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 세기 동안 많은 학자들에 의해 강조되었고 현재는 중요한 교육의 한 방법으로도 인정받고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도 있습니다. Piaget, Smilansky, Winter, Parten 모두 놀이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이기도 합니다. 가령 사라 스밀란스키는 어린이 놀이, 놀이를 통해 학습하는 방법, 어린이 놀이가 미래의 성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였으며 사회극 놀이 sociodramatic play와 어린이 학습의 중요성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에는 적당한 때가 있습니다.
영아기에는 마음껏 사랑을 받고 눈 맞춤을 해야 하고,
유아기에는 자연에서 마음껏 뛰고 탐색해야 하고,
아동기에는 또래들과 기어오르고, 뛰고, 싸우고, 부딪쳐 봐야 하고,
청소년기에는 공부하거나 자신의 장래를 위해 무언가 노력해 보며,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하고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준비해 나갑니다.
이 인생의 여정을 위해서는 각 단계에서 누려야 하는 것들을 충분히 누려야 그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만큼, 아동기의 아이들에게 너무 이른 청소년 시기의 할 일들에 대한 부담을 주는 것을 잠시 멈추고, 좀 더 뛰고, 좀 더 자고, 좀 더 웃는 유아동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