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어떻게든 전달된다
그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만으로 묵직한 힘이 전해졌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건넨 인사는 짧지만 강렬했다. 그는 몸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벽에 갇혀 있었다. 점점 자신을 옥죄어가는 벽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마침내 그 벽을 깨부수고 나왔다.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내 안의 오래된 벽이 함께 부서진 느낌이었다.
그다음 그는 웃는 가면을 썼다. 좋은 날이든 슬픈 날이든, 사람들 앞에선 괜찮은 척, 밝은 척 웃고 있었다. 뒤늦게 가면을 벗으려 했지만, 이미 붙어버려서 떼어낼 수 없었다. 결국 그 가면을 부수고 나서야, 진짜 그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한 인간의 삶을 그려냈다. 크고 작은 희로애락의 순간들이었다. 공연 마무리에서 그는, 삶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을 향해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눈물이 났다. 말없이 전해지는 그의 진심이 가슴을 울렸다.
“당신도 벽을 느낄 만큼 답답한 날이 있었겠죠.
사람들 앞에서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겠죠.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겪어낸 날들도 있었겠죠.
당신도 나처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진심은 말이 아니어도 전달된다.
눈빛으로, 표정으로, 온몸으로.
마임으로 보여주고 싶은 키워드는 ‘위로’다. 마임뿐 아니라 공연이라는 것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가 객석을 찾아오려면 시간과 마음을 써서 오게 된다. 그래서 그 시간을 잘 보내고 가시도록 하려 한다. 좋은 음식을 손님께 대접하려는 마음으로 작품 하려고 한다.
- 류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