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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Jan 04. 2024

과연 난 당신을 아는 것이 맞을까

난 당신을 모릅니다


가끔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보고 ' 사람은 이런 사람일 거야' 생각 적이 있다. 나도 를 모르면서 누군가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다니, 참 그야말로 모순이다.


출처 : 영화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에 남녀 주인공이 본인만의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오해하다, 우여곡절 끝에 이해의 세계로 함께 넘어간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내가 모르는 상대를 타인의 말만 듣고 편견으로 바라본 경험. 이미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으면서 '저 사람도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을까? 나에게 상처 주지 않을까?' 섣불리 판단하며 애써 부정했던 경험들.


이렇다, 저렇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내 안에서 일어난다. 처음 만난 사이든, 오래된 사이든, 다 나만의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며 어떤 틀 안에 가둬버린다. 이러한 판단과 편견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온전한 관계를 맺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부서지는 때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내 생각이 맞다며 고집했는데 뒤늦게 내가 틀렸구나를 깨달아버렸을 때, 온갖 부끄러움이 나를 감싸는 순간들처럼 말이다.


그 부서짐은 상대방을 알아가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딱딱한 고체를 녹일 때 필요한 건 적당한 온도인 것처럼, 각자의 편견과 오해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건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알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다. 그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이해의 바다로 넘어갈 수 있다. 그곳에선 사랑은 더 깊어지고 서로의 세계는 더 확장될 것이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내 안의 편견을 끝없이 마주하고 부숴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좌절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영원히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판단하려고 할 때면 속으로 되뇔 것이다.

"난 당신을 모릅니다."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리하여 모두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할 때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각자의 강점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기회를 서로 상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고 느끼면, 우리 또한 남들을 더 너그럽게 대하기 쉽습니다. 주변을 더 공감하는 자세로 관찰하고 또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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