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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Jan 17. 2024

진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읽고

출처 : 영화 '소울'


꽤 오랜 기간 무기력한 인간으로 살아왔다. 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 나온 무기력의 증상은 다 겪었을 정도로. 자조적인 말투로 쉽게 포기한 적도 있었고, '무의미한 바쁨'에 중독된 상태로 '나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지'에 취했던 적도 많았다. 매일매일 바쁘게 사는데 텅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발성이 없었다. 순수하게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불꽃이 없었다.


20대 초반, 한 자기 계발 모임에 나갔을 때 받았던 단골 질문은 "넌 꿈이 뭐야?"였다. 그땐 꿈이 어떤 특정 직업이라 생각했다. 모르겠더라. 당장 내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데, 되고 싶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그 모임에 있던 사람들은 다 꿈이 있고 열정이 넘쳤다. 설레는 표정을 가진 그들이 부러웠다. 그들을 따라 여러 경험을 해봤지만, 여전히 내 꿈은 알 수 없었다. 마치 영화 '소울'의 영혼 22처럼.


나를 찾고 싶었다. 아니, 그냥 나 자체로 존재하고 싶었다. 더 이상 영혼 없는 좀비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려면 먼저 나를 알아야 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하나둘씩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도 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나의 영혼에도 마지막 칸이 채워졌다.


에리히 프롬은 '진짜 삶'을 살아가기 위해 3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처럼 일상에서 작은 것에도 감탄하는 능력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할 수 있는 집중력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이는 능력


진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온전히 나로 존재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비슷한 일상이지만 조금씩 다른 재미를 찾으며 즐기는 것. 눈이 오면 눈 오리를 만들고, 꽃이 피면 꽃 구경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며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는 것.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꿈향해 나아가는 것.


물론 삶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떠한 순간에도 내가 무슨 태도를 취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의 자발성이다. 남들을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선택 모두 내가 하는 것. 무너질 정도로 힘든 상황이 와도,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기에,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진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순간이나마 자신의 자발성을 경험하고 동시에 그 순간을 진정한 행복으로 느낀다. 어떤 풍경이 아름답다고 자발적으로 느낄 때, 고민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을 때, 틀에 박히지 않은 종류의 감각적 쾌락을 느꼈을 때, 타인에 대한 사랑이 갑자기 솟구쳐 오를 때, 그런 순간 우리 모두는 자발적 체험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그런 체험이 이렇게 드물지 않게, 세련되게 찾아온다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어렴풋하나마 예감하게 될 것이다.
-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 모든 탄생의 행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 태어날 준비 — 모든 안전과 착각을 포기할 준비 — 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 즉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갈 용기다. 자신의 사고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관련하여서도 진리 말고는 그 무엇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이런 용기는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만 가능하다.
-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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