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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Jan 11. 2022

긴장된 삶

오랜만에 쓰는 나를 위한 글

    작년 하반기부터 요즘까지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스타트업 컨설팅 학회에 새롭게 들어가서 한 학기에 무려 3개의 기업과 산학협력을 하느라 주 4일 이상 학회 회의, 발표 준비, 세션에 시간을 쏟았다. 남는 시간에는 지쳐 쓰러지거나 학교 수업을 듣거나 시험공부를 하거나 친구를 만났다.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작년 초여름까지 열심히 하던 러닝도 멈췄고, 홈트도 멈췄고, 독서량도 많이 줄었다.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 워낙 주어진 일이 많다 보니 눈앞에 당장 놓인 일들을 해치우기만 하는데도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종강하고 학회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할 때 즈음 정신을 차려보니 2022년이 되어 있었다. 2021년이 마무리될 때 학회 임원진이 된 관계로 지금도 연초부터 새 학기 산학협력 기업 컨택, 리크루팅, 학회 커리큘럼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이 쌓인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나는 매일 긴장 상태로 잠에 들고 아침을 맞이한다. 요새는 밥도 잘 안 먹히고, 2끼 넘게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기 일쑤다. 피부도 뒤집어진 지 벌써 3달은 되어가는 거 같은데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다가도 중간중간 깨곤 한다.

     1월 1일부터 러닝을 슬슬 다시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독서도 시간을 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책을 많이 안 읽으니까 시력이 나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삶의 초점이 흐려진다. 취침도 기상도 규칙적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도 정리하고, 바로 스트레칭도 해야겠다. 최근에 조금씩 꼬물꼬물 하고 있는 내 방 꾸미기도 꾸준히 열심히 해봐야겠다. 안정된 삶 속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가 지금 나의 긴장을 풀어줄 유일한 해결책임을 알기에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요새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잘 될 것인가"이다. 항상 스스로 언젠가 잘 될 거고,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잘 해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만들지 못해서 답답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 유튜브 조코딩 채널에 하트 시그널 천인우 님이 책 출간 기념으로 나오셔서 인터뷰하신 영상을 보았다. 30분가량의 비교적 긴 영상이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틀었다가 한 부분도 넘기지 않고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천인우 님을 그냥 좋은 해외 대학 나와서 페이스북 다니다가 뱅크 샐러드에서 일하는 개발자님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멋진 분이셨다. 일단 자신의 인생에 확실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그려져 있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어떻게든 해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이 세상에 와서 풀어야 되는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한 행위들에 후회 없이 도전하고 성취해내는 모습과 그러한 자신의 삶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할 정도로 자신의 삶의 흐름을 뚜렷하게 지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다.

    단순히 이 직무 저 직무, 이 기업 저 기업에 취업하는 것 말고, 내가 진정으로 이 세상에 와서 어떠한 문제를 풀고 싶은가...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꼭 한번 풀어내 보고 싶다. 불안감을 잠재우고자 일단 내가 닥치는 대로 시도한 일들과 그 일에 치여 내가 내 삶을 주도하지 못하고 일에 끌려 다니는 삶은 확실히 내가 원하던 삶은 아니다. 앞으로는 나의 지난 반년 간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고, 다시 내 삶의 고삐를 찾아서 쥐고 달리고 싶다. 그 시작으로 루틴 되찾기 프로젝트와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을 귀찮아하지 않기를 꼭 해봐야겠다.


_ ' 정리된 공간은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 준다. 꼭 습관을 들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물건에 파묻혀 살지 않고 주체적으로 이 공간을 꾸려나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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