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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Dec 19. 2023

오늘의 독서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예술은 도둑질이다


나는 독서를 할 때마다 독서노트를 항상 옆에 두고 인상 깊은 문장을 기록하곤 한다.
평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어떤 기나긴 말보다 누군가의 인생을 거쳐 다듬어진 좋은 문장 한 줄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올해 가장 애정한 책인 오스틴 클레온의 <훔쳐라, 아티스트처럼>를 읽으며 적은 독서노트를 공유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문장을 통해서는 위로와 응원을 받았고, 어떤 문장을 통해서는 깨달음을 얻고, 어떤 문장을 통해서는 생각이 정리됐다.
수많은 문장들 중 가슴에 와닿는 한 구절이 있길 바란다.



모든 조언은 자전적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조언을 할 때 그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 조언하는 것이다.




"쓰여야 할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다 쓰였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여야 한다."  

-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




자기 자신만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보라

정말 좋아하는 사상가 한 명 - 작가든, 화가든, 행동가든, 당신의 롤모델이 되는 누구든 - 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 사상가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찾아내 공부해 본다. 그러고 나선 그 사상가가 추앙했던 사람 세 명을 찾아내,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한다.

이러한 과정을 가능한 한 많이 되풀이한다. 좋아하는 예술가의 계보를 따라 가급적 더 멀리멀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가계도가 만들어졌으면, 이제 나만의 가지를 만들고 뻗어나갈 차례다.

당신이 거대한 크리에이티브 가계도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훨씬 덜 외롭게 창작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업실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사진들을 붙여놨다. 그들은 마치 나와 아주 친한 유령들 같은 존재이다.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책상 위에 엎어져 있을 때 그들이 날 다시 일으켜 앉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검색하라. 진짜 '모든 것'을 말이다. 당신의 꿈들과 문제들을 검색해 보라. 검색하기 전엔 질문하지 마라. 검색을 하면 답을 찾거나 혹은 더 나은 질문을 찾게 될 것이다.




나만의 도둑질 파일을 만들어라.

어디서든 노트와 펜을 들고 다녀라. 언제든지 그것들을 꺼내어 당신이 생각한 것과 본 것들을 적는 습관을 들여라.

뭔가 훔칠 만한 것을 발견했는가? 도둑질 파일 안에 넣어라. 뭔가 영감이 필요한가? 도둑질 파일을 열어봐라.





뭐라도 만들어내라. 자기 자신을 알게 될 것이다.

경험으로 볼 때, 뭔가를 만들어내는 행위와 과정 자체에서 내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은 벌써 준비가 됐다. 당장 뭐라도 만들어내라.


시작은 늘 두렵다. 당연한 일이다. 지식인들에게 만연한 '사기꾼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이를 임상적으로 정의하자면 '자신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벌리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다. 크리에이티브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무나 붙잡고 한번 물어봐라. 이런 진실을 말해줄 것이다. 그들 역시도 자신이 만들어낸 그 훌륭한 작품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른다. 그저 날마다 작품활동을 열심히 했을 뿐이다.




진짜인 척해라. 진짜가 될 때까지.

"시작할 땐 가짜일지언정 마지막엔 진짜가 돼라." -글렌 오브라이언




카피를 시작하라.

"당장 사랑하는 것을 카피하라. 카피하고 카피하고 카피하고 카피하라. 그 수많은 카피들의 끝에 자기 자신을 찾을 것이다." - 요지 야마모토




먼저 누구를 카피할지 정해라. 그리고 무엇을 카피할지 정해라.

누구를 카피할 것인가를 정하는 건 쉽다. 내가 사랑하고 내게 영감을 주고 워너비가 되는 영웅들을 카피하면 되니까. 작곡가 닉로는 "당신의 영웅이 만든 곡들을 다시 써보는 것으로 시작하라"라고 했다. 영웅들 중 한 명에게서만 훔치지 말고, 영웅들 모두에게서 훔치는 것이 더 좋다. 만화가 개리 팬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영향을 받은 사람이 딱 한 사람뿐이라면 세상은 당신을 제2의 누구누구라고 칭할 것이다. 하지만 수백 명을 베낀다면 세상은 당신을 '오리지널'로 떠받들 것이다!"

무엇을 카피할 것인가는 조금 어렵다. 스타일만 훔칠게 아니라 스타일 너머의 생각들을 훔쳐야 한다. 영웅들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영웅들처럼 보아야 한다.

영웅들을 카피하는 것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들의 정신세계를 엿보는 것이다. 그들의 스타일을 카피해 보면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작품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작품 자체를 표면적으로 흉내만 내고 만다면, 그것은 그저 절도와 다를 바가 없다.

때가 되면, 영웅을 흉내 내기 단계에서 본받기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흉내 내기는 그냥 카피하는 것이지만 본받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의 고유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코난 오브라이언의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내가 늘 꿈꿔온 롤모델처럼 되는 것, 그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존재감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인간에겐 참 멋진 약점이 있다. 완전히 똑같은 카피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존경하는 나의 영웅들과 완벽하게 똑같아질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나만의 색깔이 드러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진화하는 것이다.




최고의 조언은 잘 아는 것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쓰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를 쓰는 거다. 당신이 읽고 싶은 그 이야기 말이다. 이 원칙은 인생과 커리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음에 뭘 어째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어떻게 하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질까?"




당신의 어떤 부분도 함부로 버리지 마라. 두세 가지 열정을 갖고 있다면 굳이 하나만 고르려고 애쓰지 마라.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든 열정을 당신의 인생 속에 품고 있어라.

이것은 내가 극작가 스티븐 톰린슨으로부터 배운 점이다. 톰린슨은 당신 좋아하는 이것저것들과 함께 시간을 그냥 보내보라고 제안한다. "그것들끼리 이야기를 하게끔 놔둬라. 그러면 대단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취미를 갖는다는 건 무척 중요하다. 

취미란 그것을 통해 돈을 벌거나 유명해질 필요도 없고, 그저 당신이 행복해서 하는 일이다. 취미활동엔 얻을 것만 있고 잃을 건 없다. 내 작품들은 세상에 대보이는 것이지만, 음악은 그저 나와 내 친구들만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일요일마다 모여서 몇 시간 소음을 만들어낸다. 스트레스도,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 재충전의 시간인 것이다.




당신의 어느 한 부분도 함부로 버리지 마라. 

작업의 큰 그림이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비전에 대해서 걱정하지 마라. 일관성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 작품들의 일관성은 전부 다 당신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먼 훗날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작업의 큰 그림도 일관성도 다 갖춰져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책과 펜,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며 자발적인 고독과 감금상태를 즐긴다.




두뇌는 일상적인 환경에 너무 쉽게 적응해 버린다.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모든 일을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봐야 한다. 여행은 세상을 새롭게 보이게 하고, 세상이 새롭게 보이면 뇌는 더 열심히 활동한다.




제일 잘난 사람 근처에 있어라.

"내 주변엔 배울 만한 점들이 있는 녀석들밖에 없다."

- 퀘스트러브


당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나 아주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팔로어 하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링크에 관심을 기울여라.



"인정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인정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모두가 내 작품을 이해하진 못한다. 세상은 나와 내 작품들을 오해할 것이다. 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해받고 폄하당하고 무시당하는 것에 익숙해져라. 작품활동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도록 하는 것, 이것이 요령이다.




칭찬 파일을 만들어라.

나는 내가 받은 아주 기분 좋은 이메일들을 스페셜 폴더에 저장해 둔다. 어둠의 날들이 찾아오고 응원이 필요할 때면 폴더를 열어 메일들을 죽 읽어본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작업을 계속한다. 자, 이제 비난 파일 대신 칭찬 파일을 만드는 거다. 아주 가끔만 들여다보되 -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있을 순 없으니까 - 격려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언제나 칭찬 파일을 갖고는 있어야 한다.




"규칙적이고 정돈된 삶을 살 것, 그래야만 당신의 작품이 강렬함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 귀스타프 플로베르




일은 내게 보수를 주고, 세상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게 해 주고,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 준다. 경제적인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예술활동도 자유로워진다. 

사진작가 빌 커닝햄도 얘기했다. "저한테 돈 안주는 사람들로부터 이래라저래라 하는 얘긴 안 들어요."

일은 나와 세상사람들이 섞여 살 수 있게 해 준다. 그들로부터 배우고 또 훔쳐라. 나는 나중에 작품활동에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을 얻게 해 줄 일을 구하려고 애썼다. 도서관 일에서 리서치하는 방법을 배웠고, 웹디자인 일에선 웹사이트 만드는 법을, 카피라이터 일에선 말로 세일즈 하는 법을 배웠다.

일을 갖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을 뺏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한 작업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배분하는 스케줄을 짜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시간을 잔뜩 갖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무기력은 크리에이티브에 암적인 존재다. 항상 리듬을 타고 있어야 한다. 한 번 리듬을 잃게 되면 작품활동이 두려워지기 시작하고, 또 스스로 이런 끔찍한 상태가 꽤 지속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되찾을 때까지는 쭉 끔찍한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내가 언제 시간을 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언제 작품을 위한 도둑질을 할 수 있겠는지 잘 따져본 다음, 일단 출퇴근을 열심히 하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작품활동을 해라. 휴가도 병가도 없다. 멈추지 마라. 이렇게 쭉 하다 보면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진다고 해서 더 많은 일을 하는 건 아니다'라는 파킨슨의 법칙이 맞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분명 재밌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자주 들 것이다. 시인 필립 라킨이 말한 최고의 비법은 다음과 같다. "철저히 정신분열증으로 살면 된다. 이 사람으로 살다가, 저 사람으로 살다가, 각각은 서로의 피난처가 돼줄 테니."

적당한 보수를 받고, 구토 나올 정도로까지 바쁘지 않으면서, 남는 시간에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요령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진 않겠지만, 있긴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일어난 일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이런 질문과 맞닥뜨리면 뭘 적어 넣을까 생각하면서 최근 일들 중에서 즐거운 것을 회상하게 될 것이다.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들 말이다. 그런데 만약 '오늘 일어났던 일은?'이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최악의 일을 떠올릴 것이다.

어딜 급하게 가야 한다든지 누군가 당신에게 안 좋은 말을 했다든지, 이처럼 당신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나고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일이 뭔지를 물으면 특별한 빛이나 누군가의 행복한 표정 또는 진짜 맛있는 샐러드 같은 좋은 것들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니컬슨 베이커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위험하다.
생각할 수 있도록 곁가지들은 쳐내라.
'덜' 가지고 작업하라.
지금 시작하라.

크리에이티브가 꽉 막혀버린 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은 스스로 선을 긋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있어서 '제한'은 '자유'를 의미한다. 딱 한 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것. 초기 자본 한 푼 없이 창업하는 것. 아이폰만 가지고 영화를 찍는 것. 예비부품만으로 기계를 만드는 것. 시도도 안 하면서 핑계만 대지 마라. 당신이 가진 시간과 공간, 재료들만으로 바로 지금 뭐라도 만들 수 있다.





신중하게 선택하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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