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시험을 준비하려고 정보를 찾아볼 때,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이 보였다. 기술사 하면 흔히 떠올리는 전기나 소방, 건축 계열의 기술사가 아니면 쳐주지도 않는다라던지, 들이는 공수에 비해 리워드가 적다는 등의 시작부터 의지를 꺾게 만드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30대 초반에 시험에 대해 조금 알아보다가 위와 같은 글을 읽고 바로 접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왜 이 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나.
우선 내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불과 3~4년 만에. 결혼을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혼을 했고, 내 인생에 자식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몇 달 내 아버지가 된다. 운 좋게 가지고 있던 부동산과 주식이 올라서 당장 먹고살 걱정은 없다지만, 마냥 풍족하거나 남들이 생각하는 파이어를 생각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 보통의 무수저 대기업 입사자와 비슷한 삶일 것이다. 집과 자동차, 그리고 은행 대출금... 해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다. 지금의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우리 가족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 현재 직장은 안정적이고 급여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상승폭이 매우 적다.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지만, 개인의 자유도가 높다. 결론은 라이선스를 따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대학 졸업 후 IT 밥만 10여 년간 먹어온 자로써 그 계열의 최고 자격증에 도전해 보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합격 후기들을 보면, 단기간 합격자들의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험의 방대한 범위와 악전고투한 개인적 후기, 단기간에 빠르게 합격했다는 약간의 우월감이 섞인 글을 보며 질투와 부러움을 느낀다. 공부를 잊은 지 오래된 자로써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이 시험은 범위가 IT 자체다. 당장 큐넷에 들어가 기출문제를 보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싶지만 펜을 들어보면 쓸 수 있는 건 한 두줄 정도 수준이다. 모범 답안을 찾아보면 단락을 나누고 나름의 논리 구조를 만들어 문제에 대한 답을 짜내는 형식이다. 해당 기술의 사전 학습이나 업무 경험이 없는 이상 모범 답안 정도의 퀄리티와 퀀티티티를 만들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독학보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학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학원은 크게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거점 지역들에 위치해 있다. 3~4개 업체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게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돌아간다. 이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개괄적으로 알려주는 기본반, 기본반을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심화반. 보통 시험 합격까지는 2~3년, 빠르면 1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보이고, 붙을 때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수험생은 40대가 주축이며, 30대와 50대도 종종 보인다.
처음 기본반 수업을 등록하고 느낀 점은 놀랍게도 할만하다는 생각이었다. 양이 방대한 만큼 특정 토픽의 디테일한 수준을 묻기보다 개괄적인 내용과 문제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답안 또한 고정된 템플릿들이 있어 반복과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없다면 혼자 분투하면 되겠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성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공부를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의 배려가 필요하다. 배려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공부에 집중하되,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최소한의 시간을 함께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늘 감사함을 표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나는 시작이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이다. 정보관리기술사는 도장값도 없고 메리트도 적고, 취득을 위해 들이는 공수에 비해 리워드가 없다는 글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이 자격증은 취득 이후부터 시작이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수많은 방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격증만 따놓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정보처리기사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스스로를 강하게 추동하는 승부욕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