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기를 쓸까 말까 하던 차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보관리기술사 도전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동안 출산과 새로운 가족의 합류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 도저히 키보드를 두들길만한 시간이 나지 않았다. 글은커녕 독서도 전혀 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대신 기술사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학원에 가서 주간 모의고사를 보고 수업을 듣고, 평일은 도메인을 하나 잡고 드릴 다운 하거나 문제 키노트를 공부한다. 그러던 와중에 첫 시험 결과도 나왔다.
50.69, 거의 소설을 작성하다시피 했는데 이 정도 점수가 나왔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는 고수들의 답안을 보고 그들 조차 60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으로 말미암아 10점 남짓의 간극은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긍정적인 점은 공부를 할수록 점점 개념들이 뚜렷해지고, 연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인풋을 때려 박는 느낌이었다면, 아 이런 식으로 문제가 나오겠구나라는 문제의 틀이 잡혔달까. 회사에서는 최대한 업무를 빨리 처리한 후에 남는 시간은 무조건 기술사 공부에 몰입한다. 퇴근 후에는 지친 와이프를 대신해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주고 잠깐 남는 시간에 다시 공부에 몰입한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꽉 채워 살고 있는 느낌이다.
약 6개월 정도 공부를 했는데, 기술사 시험공부를 하며 여러 가지 느끼는 점들이 많다. 우선 나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 이 든다는 것이다. 6~7시간 수면 후 출근, 퇴근 후에는 지친 와이프 대신해 잠시 육아, 매일 주어지는 숙제 올리기, 주간 모의고사 대비 공부하기, 직장에서는 남는 시간에 공부 자료 읽기, 심지어 출퇴근길에 강의 녹음 파일을 틀어놓기도 한다.(컨디션 좋을 때만) 혼자만의 시간에 무조건 공부를 잡고 있어야 하다 보니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생겼다. 우선 운동을 포기했다. 일주일 2~3회는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었다. 하체 운동 후에 후들거리는 다리와 땀을 쏟아낸 후에 느꼈던 개운함이 그리워진다. 운동을 못하니 몸도 뻐근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개인 시간은 무조건 공부에 할애하고 있다. 독서도 포기한 지 오래다. 올해 초에 사두었던 삼체를 아직도 다 못 읽었다. 일찍 도착해서 10분이라도 읽으려 했지만 소설을 펼치면 이내 꾸벅꾸벅 잠이 들더라. 나는 이제 소설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돼버린 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캄캄한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매일 꾸준히 한다고는 하는데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퇴근 후에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나마 아기를 돌보며 지친 마음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