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사 Y Apr 08. 2023

엄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큰아이가 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엄마는 이미 다 커서 더는 될 게 없다고 말을 할까, 아니면 더는 되고 싶은 게 없다 할까, 그것도 아니면 멋쩍게 웃어 넘길까.


 커서 뭐가 될지 생각해 본 게 언제였던가. 어릴 땐 자주 생각 했던 것도 같은데. 나는  지금 그때 내가 되고 싶어한 사람이 되었을까. 아이의 눈에 난 어떻게 비춰질까. 나는 좋은 엄마일까. 좋은 엄마는 분명 내가 되고 싶던 사람이지만, 그게 전부였나.


 이것 참, 열 몇 살의 순수가 완전히 나를 허둥거리게 만들었다. 무언가 대답도 하기 전에 가슴에 뻐치는 행복함. 사랑한다. 이런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공연히 주책인 눈물을 애써 훔치며 아이를 쓰다듬었다. 엷은 미소. 아이는 얌전히 있는다. 대답을 바라진 않았었구나. 기특하다, 우리 아들.


 학교 가렴. 조심히 다녀 오고. 아이는 떠나고 나만 집 안에 남았다. 생각하자면, 그이를 떠나 보내고 아등바등도 살았다. 그냥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였나 보다.


 엄마라는 말을 떠올리면, 더는 내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이 떠오르게 되고부터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 말고는 미래를 생각한 적 없었다. 정확히는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기만 해도 버거웠기에 나까지 생각할 여념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내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쉽진 않을 것 같다. 지금 내 형편으론 나만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이제 나는 나이기 이전에 엄마니까, 난 첨으로 어떤 생명의 원인이니까, 원인으로서 할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조금 더 괜찮아지면, 날 위해 무언가를 해야지. 언젠가 아이가 내게 물은 적 있었지. 엄마도 트롯트를 좋아하냐고. 난 물론 아니라 했어. 엄만 그렇게 오래된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배워 봐야지. 악기는 너무 어려워. 노래를 하고 싶어. 이것저것 녹음해 뒀다가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내 노래를 들으면서 날 떠올렸음 해. 날 따라 흥얼거려줄까?


 아냐, 글을 써볼까. 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 내가 살아온 인생과 너흴 키우며 느꼈던 이런저런 일들을 남겨두고 싶어. 너도 네 아이도 그걸 읽고 날 알아줄까?


 정말, 막상 생각하니 두서없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겨났다. 커서 되고 싶은 일이라, 그래 우리 엄마 눈엔 난 아직도 덜 컸잖아. 울 엄마는 50까지 날 키운걸.


 아이가 돌아오면 말해줘야지. 엄만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아직 엄마도 되고 싶은 게 남았고, 너보다 빨리 그걸 이룰 거라고. 오랜만에 모자 간에 승부를 해도 좋겠어.


 어릴 땐 아빠 대신 엄마가 이것저것 너랑 놀아줬는데, 네 동생이 나오고 너도 커버리곤 그런 게임 한 번도 같이 한 적 없었지. 나보다 덩치도 커지고 힘도 세니까, 이것저것 게임도 잘 알고 잘하니까 내가 네 상대가 안 됐었잖아.


 네가 돌아오면 엄만 뭐라고 말할까. 정말 뭐라고 말할까. 이게 뭐라고 이 나이에 이렇게 설렐까.


 그래 네가 나한테 대답을 바라지 않아서, 그렇게 커버려서, 언젠가 너를 꼭 닮은 남자한테 반한 적이 있었어. 그 남자도 너처럼 날 설레게 했어. 사랑하게 했지!


 다녀 오렴 우리 아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면..


 

작가의 이전글 남학생, 그토록 고단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